겨울의 끝자락
오늘 내가 사는 곳은 낮 최고 온도가 15도까지 올라갔다. 오랜만에 주말에 볼일이 생겨서 옷을 챙겨 입어야 했는데 계절감을 알아채기 어렵다 보니 옷을 코디하기도 쉽지 않았다. 원래 겨울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벌써 간절기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드는 이유가 뭘까?
지난 10월, 이번 겨울을 앞두고 5개월 할부로 산 겨울 점퍼가 있다. 나름 거금을 주고 산거라 빨리 착용하고 외출하고 싶었다. 새 옷과 새신을 신고 나갈 때만큼 기분 좋은 하루가 있을까? 살면서 겨울을 기다리는데 설렘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근데 겨울에 접어 들어서도 쉽게 새 점퍼를 입을 기회가 없었다. ’이 정도 온도로 입기엔 아직 멀었어, ‘이 순간에 입기엔 아까워’, 하고 아끼고 미루고 망설인 점도 있고, 무엇보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까지 터져 외출할 일이 극히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비싼 새 잠바를 데일리 회사 출근룩으로 입는 것은 절대 용납이 안 되었다. 아직 할부도 안 끝난 겨울 점퍼가 지금까지 실착 2회밖에 못했다는 것이 약간 허무하기도 하면서도 너무 아꼈던 건 아닐까 후회도 들었다.
가끔 우리는 너무 계산적이고, 쓸데없는 생각들로 미루고 아끼는 것들이 많다. 이는 비단 비산 겨울 잠바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대화의 표현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가 될 수 있다.
하루의 순간순간을 최고로 보내 위해 가치 없다 생각하는 출근길에서 멋진 잠바를 입어 볼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 ‘지금 이 순간은 아니야’, ‘아직은 모자라’라고 망설이다 후회하는 않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15도 날씨에 새 겨울 점퍼를 입고 나온 나의 행동에 뿌듯함을 느낀 이유는, 망설임 없이 준비한 것을 실행해본 보람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아끼다 똥 될 순 없잖아.
오늘 주차된 차 안에서 노을 지는 하늘을 볼 기회가 있었다. 붉은빛의 도시의 하늘은 제법 근사했다. 그리고 이 근사한 겨울의 순간도 끝나감이 느껴졌다. 이번 겨울은 입지 못한 겨울 잠바처럼 유난히 기억과 추억이 없는 겨울이 될 것 같다. 다가오는 봄은 후회 없는 계절이 될 수 있도록 예쁜 봄 점퍼 하나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