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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택 Oct 13. 2021

일본인 상관이 한국 화장실에 겪은 일

없어져야 할 문화

 전날 밤 부침개와 맥주를 먹고 잤던 탓일까 아침부터 장이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출근길 뱃속에서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었다.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컴퓨터만 켜 놓고 황급히 화장실로 뛰어갔다. 딱 하나 비어 있는 사로를 확인하니 안도감에 후유, 하고 한숨이 나왔다. 변기에 안착 후 야식을 먹은 참회의 시간이 끝나갈 무렵, 눈앞에 한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버려주세요


 그리곤 오른쪽 뒤를 돌아보니 우두커니 놓여 있던 휴지통이 없었다. 악취가 진동하고 비위생적인 화장실 휴지통을 평소 극혐 했던 나에게 근래 들어 이렇게 반가운 일이 또 있나 싶었다. 물론 행정안전부의 시행명령에 따라 2018년 1월부터 공공장소 화장실의 휴지통을 없애며 이러한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지만, 아직도 기성세대들이 만연한 회사라는 공간에선 쉽게 바뀌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기를 며칠 뒤였을까, 총무과 동기 형이 업무차 연구동에 올라왔길래 잠시 커피 타임을 갖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화장실 휴지통이 떠올랐다. 


"맞다. 형, 그 화장실 휴지통 드디어 없앴데?"


"아~ 그거? 아마 그 새로 온 실장님 때문일걸?"


"헐~"


 작년에 일본인 주재원들이 싹 물갈이가 되었다. 보통 일본 본사에서 한국으로 출향을 오면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이상 근무를 하고 새로운 사람들로 교대가 된다. 보통 일본에서 출향 온 사람들은 현지 본사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유배되는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출향 기간 동안 조용히 지내가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온 일본인 실장은 조금 다른 듯했다고 한다.


 그가 어느 정도 한국 문화에 적응되었을 때 즈음, 어떻게든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르겠다만 서도 이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있었다고 한다. 그게 바로 화장실 변기 휴지통이었다고 한다. 우리도 정말 이해되지 않는 문화인데 외국인들 눈에는 얼마나 쇼킹했을까? 오죽했으면 바꾸라고 지시했을까 싶기도 했다. 참 쉽게 변하지 않았던 화장실 휴지통 문화가 외국인에 의해, 그것도 실장이라는 높은 상급자의 자리였기에 가능했던 경우였다. 고쳐야 할 무언가가 개선되는 일은 고무적이나, 이런 문화가 회사 내에서 우리 손으로 먼저 잡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웠다. 그들이 한국인을 무시하는 것은 아닐지?라는 생각과 우리의 민낯을 보여줬다는 느낌 이에 뭔가 자존심이 상했다. 


 휴지통을 없앤 뒤 나름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휴지통이 없어서 변기가 막혔니 하며 노발대발하는 직원들도 더러 있었지만, 냄새나고 찝찝한 모습도 없어지고 한층 쾌적한 화장실이 되었다. 특히 청소하시는 이모님이 한결 편해지셔서 기분이 좋았다. 휴지는 죄가 없다. 물티슈 같은 위생 용품은 세면대에 있는 쓰레기 통을 이용하면 된다. 그저 '휴지를 변기에 버리면 변기가 막힌다.'는 일종의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와 같은 한국형 도시괴담이 되길 바란다. 이제는 화장실 문 앞에 이렇게 붙였으면 좋겠다.


변기에는 '화장지'만 버려주세요


나가토모 상,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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