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 원의 착각

by 온택

나는 원래 이런 거에 무심한 편이다. 행사든 쿠폰이든, 없어도 그만이다. 그런데 아내는 정반대다. ‘할인’, ‘사은품’, ‘상품권’ 같은 단어만 들리면 전투 모드로 돌입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아내가 내민 건 마트 5천원 상품권. “이거라도 써서 절약해보자.” 그 말에 나는 운명의 카트를 밀고 마트로 들어갔다.


과자, 간식, 휴지를 담고 계산대에 섰을 때 직원이 던진 한마디가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고객님, 이건 5만 원 이상 구매 시 사용 가능합니다.”


순간 나는 ‘그냥 나가자’며 도망치고 싶었지만, 아내의 눈빛은 이미 사냥꾼의 눈빛이었다.


“아니야, 조금만 더 채우자. 5천 원이라도 아껴야지.”


결국 우리는 다시 매장으로 향했다.


아내는 맥주 코너에서 결연히 외쳤다.


“어차피 자주 마시잖아. 이참에 한 상자!”


하지만 직원은 냉정했다.


“주류는 쿠폰 적용이 안 됩니다.”


아내의 얼굴에 순간 그림자가 드리웠지만 포기는 없었다. 과자, 만두, 아이스크림, 그리고 ‘생활에 꼭 필요하다’는 정체불명의 생활용품까지 카트에 마구 쌓였다. 계산대에서 찍히는 바코드 소리는 마치 우리 지갑의 심장박동 같았다. 드디어 결제 완료. 아내는 승리자의 미소로 말했다.


“봐, 이 정도면 5천 원 아낀 거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응, 맞아. 대신 10만 원을 썼지…”


집에 돌아와 물건을 풀어놓으니 냉장고는 과자와 음료로 넘쳐났다. 절약을 위해 시작한 일이 어느새 ‘소비의 대축제’로 변신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경험, 누구나 있다. 1+1 행사에 홀려 원래 살 계획도 없던 샴푸 두 개를 집어 들고, ‘사은품 증정’이라는 말에 굳이 필요 없는 화장품을 결제하는 일. 우리는 ‘아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마케팅의 계산기 앞에서 이미 춤추고 있는 셈이다.


진짜 절약은 쿠폰을 쓰는 순간이 아니라, 쿠폰을 무시하고도 당당히 나올 수 있는 순간에 시작된다. 달콤한 5천 원을 지키려다 10만 원을 잃은 나는, 오늘도 마케팅 교과서에 충실한 모범 소비자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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