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나는 하루를 ‘짧게’ 소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길게 읽어야 하는 글보다 휙 지나가는 영상이 편했고,
머릿속을 정리하는 문장보다 금방 사라지는 자극을 더 자주 찾았다.
산책길의 풍경보다 화면 속 타인의 삶이 더 흥미로웠고,
잠들기 전까지도 엄지손가락은 끝없이 위로만 움직였다.
편리함 때문인지, 피곤함
때문인지, 혹은 그냥 습관 때문인지
딱 잘라 말할 순 없었다.
단 하나 확실한 건,
나는 어느새 도파민에 중독된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변화는 소리 없이, 그러나 깊게 나를 잠식했다.
점심시간에 한 편,
퇴근길에 두세 편,
아이 목욕시키다 슬쩍 한 편,
아내가 설거지하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또 한 편.
어느 날 아내가 무심하게 말했다.
“요즘은 핸드폰이랑 더 친한 것 같네.”
그땐 웃어 넘겼다.
‘요즘 다 그렇지 뭐.’
‘나만의 문제가 아니야.’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하지만 지난 주말, 캠핑장에서 그 말의 의미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모닥불은 천천히 타오르고,
쌍둥이 딸아이는 막대기를 들고 “아빠 봐!” 하며 달려왔는데
나는 그 순간조차 숏츠를 보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은 내 곁에서 반짝였지만
내 시선은 손바닥만 한 화면 속 낯선 사람들의 농담에 묶여 있었다.
아내가 조용히 말했다.
“캠핑 와서도 폰을 놓지 못하네…”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 한가운데 박혔다.
화도 짜증도 아닌,
약간의 체념과 오래된 실망이 섞인 표정.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나는 아이들의 시간을 빼앗고 있었다.
숏츠에 고개를 묻고 있는 사이, 아이들은 자라 있었다.
아빠를 부르던 그 눈빛과 작은 목소리들.
문장보다 오래 남는 순간들을
나는 스크롤하느라 놓치고 있었다.
그 사실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부끄럽게 다가왔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결심을 하나 했다.
인스타그램을 휴면하기.
이유도 변명도 없이, 그냥 잠시 닫아두기.
남의 삶도 보지 않고, 내 삶도 굳이 올리지 않아도 되는 조용한 공간.
그곳은 ‘텅 빔’이 아니라 오히려 ‘숨 쉴 틈’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조금 더 느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성공기나 자극적인 편집이 아니라
내 안에 오래 머무는 생각과 감정들을 적어보는 사람.
틈이 생길 때마다 숏츠 대신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써보려 한다.
문장을 적는 동안 마음도 같이 정돈된다는 걸
나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으니까.
물론 이 결심이 얼마나 갈지는 안다.
나는 원래 작심삼일과 꽤 친하고,
디지털 디톡스 역시 실패하기 쉬운 일이다.
언젠가 ‘한 편만…’ 하며 다시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인정한다.
나는 중독되어 있었고,
다시 균형을 찾아보겠다는 의지를 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엔 좀 달라진 것 같다.
짧고 빠른 세상이 우리를 끌고 가는 시대지만
나는 다시 길고 느린 순간들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이들의 웃음,
아내의 조용한 한숨,
캠핑장의 저물어 가는 불빛,
그리고 내가 놓치고 있던 수많은 장면들.
그 순간들을 되찾기 위해
오늘도 나는 휴대폰을 뒤집어 두고
조금은 오래 머무는 삶을 연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