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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택 Dec 29. 2020

카공족의 이유 있는 변명

단기 공간 렌트 사업

 개인적으로 코로나 창궐 이후 겪는 가장 큰 불편함은 '카페'를 가지 못 하는 것이다. 나는 카페를 가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일단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카페가 주는 커피 향과 특유의 포근함이 좋아한다. 그리고 카페에 앉아 사색에도 잠길 수 있고 노트북으로 여러 작업들도 할 수 있다.


 카페를 좋아하게 된 것은 대학생 때부터다. 고등학생 때와 다르게 서칭을 하며 써야 할 리포트나 조별 학습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스터디룸이라던지 학교에서 대여하는 회의실 공간이 부족했다. 다 같이 머리를 둘러앉아 대회를 하기엔 카페라는 공간이 최적이었다.


 그렇게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 늘어나자 언제부턴가가 시험공부도 카페에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적막하고 고요한 도서관은 오히려 자유도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흐트러졌다. 적당한 소음과 보는 눈이 많은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좋았다.


 나와 같은 이러한 부류를 흔히 '카공족'이라고 표현한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실제 '커피하우스 이펙트'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카페가 사적 공간과 공적공간의 공간에 있다는 것과 적당한 소음, 공간의 경계, 주변의 자극들이 몰입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에게 알쓸신잡으로 익숙한 건축학 유현준 교수는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개인 사적인 공간이 줄어들어 카페가 그것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카페가 단기 공간 렌탈 사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단위 면적당 카페 개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했다.


 반면 카공족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따가운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커피 한잔의 값으로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카페를 이용하여 점주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다. 매너가 없고 이기주의라는 비판이다. 실제 스타벅스에서 몇몇 대학생들이 공부를 잠시 멈춘 뒤 가방과 책을 그대로 두고 밥을 먹고 오는 경우를 봤다. 물론 밥을 먹고 와서 다시 공부를 이어 갔다. 그런 모습은 내가 봐도 눈살이 찌푸려졌다.


 또 '꼭 공부도 못하는 것들이 카페에서 허세나 부린다.'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근데 괜히 내 뼈가 아픈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카페 마니아로서 주변에 카페를 운영하는 지인도 있고 점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나만의 철칙이 있다.



1. 공부 할 땐 개인 소규모 카페는 가지 않는다.

 실제 개인 소규모 카페는 지정 좌석도 많지 않을뿐더러 테이블 회전에 큰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노트북을 사용할 일이 있으면 대형 프랜차이즈와 같은 카페에서만 이용한다. 카페가 자유롭다 한들 절대 개인 공간은 아니다.


2. 절대 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이 효율성과 집중력에 좋지만 이것도 2시간이 넘어가면 더 이상 공부가 아니다. 그 이상을 공부하려는 것이라면 독서실에 가는 게 맞다. 난 절대 2시간을 넘기는 작업은 카페에서 하지 않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장소를 옮긴다.




코로나가 얼른 진정되어서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다닥 브런치 글을 쓰는 나를 상상한다. 아마 2시간 만에 5개 정도는 쓰고 나올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아내 눈치 보면서 핸드폰 자판으로 쓰고 있는 내 자신도 대견 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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