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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딩 Apr 15. 2019

병원에 다녀왔어

감정 담당하는 뇌가 고장난게 확실해졌다


“부모가 평소에 저 들으라고 거실에서 제 험담을 하고, 어제는 저보고 ‘저건 저 나이 먹도록 알바만 한다, 내가 뭐랬냐 아파트 경리하랬지, 내가 뭐랬냐 요리학원 다니랬지. 요즘은 자격증 없으면 못살아남아. 하여튼 내가 저거 볼 때마다 속이 터진다 게을러 터진 년. 저 망할년. 저걸 어떻게 해야할까.’를 말하길래, 그동안 쌓인 것들과 함께 버튼이 눌려서 모아둔 약물을 복용해서 사라지려고 했어요. 그래도 안 죽으면 가위와 칼로 살아남을 확률을 낮추려고 했어요.”


“그걸 들었을 때 환자분은 화가 안 났어요?”


“화가 왜...나요?”


“...화가 나는게 정상적인 감정반응이에요.”


“화가 난다는 감정은 나지 않고 나는 지쳤으니 나를 없애야한다, 움츠러든다는 감정만 들었어요.”


...


“선생님, 저는 분명 심장이 뛰고 있지만 살아있는 생물이지만 저는 분명 죽어있어요. 저는 살아있는게 아니라 죽은 시체가 사람인 척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환자분은 아직도 자살이 하고싶으신가요.”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기회가 있다면요.”


“병원에 방문하는 이 시간만큼은 오직 환자분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합시다. 환자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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