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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딩 Jul 29. 2019

그 날, 우리가 있던 그 장소에서 우연히

우연히 우리가 있던 장소에 전애인을 만나고

지난 토요일이었다.

우리가 사귀던 시절에 자주 가던 대학로의 한 맛집에서 우리는 만났다. 시간이 우리 갖고 장난치나 싶어.

나는 높은 곳에서 서울 시내가 보고싶어 낙산공원에 가던 길이었고, 그는 우리가 가던 맛집에서 나오고 있었던 것 같다.

낙산공원으로 가던 길에 우리가 가던 맛집을 지나치면서 고개를 돌리자마자 그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놀랐고, 그도 놀랐던 것 같다. 그가 먼저 시선을 아래로 돌리더라.

그 순간 말이에요. 당신은 나 봤나요? 나 어때보였어요? 우리가 헤어지던 그 때의 나와 같아보였나요? 

개인적으로 우리가 사귀었을 때보다 내가 좀 더 예뻐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네요. 연애 할 때보다 나 많이 예뻐졌어요. 근데 우리 눈 마주쳤을 때 너무 더워서 내 눈 작아보였겠다. 

난 나름 내 삶을 어떻게하면 좀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자살생각을 덜 할 수 있을까 하며 보내고 있어요. 

우리가 맛있게 먹던 그 식당의 메뉴는 어땠어요? 나랑 먹는 것 보다 다른 사람이랑 먹는게 맛있었나요?

난 사실 그 식당을 못가요. 그 식당이 정말 맛있지만 아무리 맛있어도 난 당신 생각나서 못가요. 

나 없는 맛집탐방은 어때요? 나 없이 먹으니까 맛있던가요.


정말 1초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당신 잘 있는 것 같아보였어요.

날 알아봤다면 좋을텐데.

아 혹시나해서 말인데, 나 그 날 아무도 안 만나고 나 혼자 돌아다니는데도 엄청 꾸미고 나왔어요. 기분 내려구요. 알잖아요 나 혼자 잘 돌아다니고 렌즈 끼고 나름 꾸미는거 좋아하는 거.


근데 놀라운게 뭔지 알아요? 우리 우연히 만나기 직전에 당신이 나한테 불러줬던 오아시스의 원더월이 내가 좋아하는 편집샵에 들어가자마자 첫 소절부터 들리는거에요. 그래서 당신 생각이 많이 났었어요.


수취인 불명의 편지네요.

그쵸 삶이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죠. 현실이 얼마나 잔인한지 우리 둘이 너무 잘 알지 않아요?


우리 다음에, 우연히 또 만나게 된다면 그 때는 안부인사라도 나눠요. 

한 때 미래를 같이 하고 싶어하는 사이였는데 이 정도 인사는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당신에게는 항상 난 진심이었는데, 당신 입장에서는 내가 잘 드러나지 않았었나봐요. 뭐 때문이었을까, 왜 드러나지 않았을까 의아해하고 궁금하기도 해요. 

난 당신의 생각도 궁금하지만 당신은 고시를 준비하죠.

고시를 준비하는 당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지켜볼 수 밖에 없어요.

헤어지고 혼자서 많이 미워했지만(당신은 그런 내 혼잣말을 보고 그건 오해라고 했지만, 이제 그 오해를 풀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나쁜 감정은 없네요. 


고시가 끝나는 겨울이 되면 서울에 와요. 오면 연락해주세요. 

좋은 결과가 되었든 나쁜 결과가 되었든

나는 아직 우리가 헤어졌던 그 스타벅스에 앉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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