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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딩 Sep 17. 2019

우울증이 나았다는 소식을 전해드리며

함께해서 고통스러웠고 다시는 보지말자

길고 긴 시간동안 고생한 나에게, 축하드립니다.

심리검사 결과가 오늘 도착했다.


언제부터 우울증을 앓았나 깊이 생각을 해보면, 2002년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생에 처음으로 정신과를 가본 해. 2002년이라면 11살 때였다. 어릴 때부터 우울 기질을 타고났고 환경도 우울해서 우울은 내게 절친한 친구, 원수였다. 우울 덕분에 10대, 20대에 많은 사람들과 멀어지고 나 자신조차 잃어버렸었다.

다시 과거를 떠올리려면 글도 많이 길어지고 서술하는 나도 고통스러우니 자세히는 쓰지 않을 것이다.

10대 내내 대부분의 시간들이 고통이었고 20대 초, 중반, 중후반까지 정말 고통스러웠고 초등학생 때부터 자해를 시작하며 내가 나를 죽이지 못해 안달났다고 말하면 될까. 


근래 내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고 느꼈지만, 객관적으로 내가 우울증에 해당하지 않고, 스트레스도 조절을 잘 하고 있어 정상범주에 속한다는 수치를 보니 어안이 벙벙하다. 믿기지않는다.


어떤 사람이 우울증에 걸렸다고해서 그 사람은 비정상일까? 아니다.

우울증에서 벗어났으니 정상인이 된걸까? 그것도 아니다.

우울증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고해서 정상인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우울에 뒤덮혀있던 나를 되찾은 것이다. 질병에 걸려있다고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눌 수 없다.

시야가 좁아지고 왜곡되어 보이던 것들이 이제서야 비로소 제대로 보인다. 

길고 긴 싸움이었다. 수도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남몰래 자살시도를 하고 자살사고에 휩싸이던 그 지난 날들과 이제 안녕을 고하려고 한다.

행여 내가 미래에 지친 틈을 타서 우울이 나를 다시 덮는다고 해도 다시는 이렇게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에 작별인사를 하고 자살시도를 하러 가던 날, 처음으로 처방받았던 많은 항우울제를 먹으려고 할 때 이걸 먹든 안 먹든 죽는건 똑같으니 눈 딱 감고 항우울제를 삼키던 날, 나를 도와주던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 시내 정신건강센터 사회복지사님들, 전애인(사귀는 내내 많이 힘들게 해서 미안합니다 시험 화이팅이에요), 얼마 없는 소수의 친구들에게 깊은 감사를. 


많이 회복 되어서 말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 수도없이 찾아온 죽음의 유혹이 아마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게 아닐까 싶다. 


아무도 나를 죽일 수 없고 짓밟을 권리 조차 없다.

나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부족한 사람이지만 사람이니까.

앞으로는 나무같은 사람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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