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20대 마지막 생일이구요
나는 서른살이 되면 스스로 죽으려고 했었거든요. 죽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죽을 생각을 하며 여태까지 살았는데요. 그 긴 계획은 아마 무산이 될 것 같습니다. 아마두요. 아니 지금까지는요.
사실은 내가 20대의 마지막에 서있다는 것이 아무런 실감이 들지 않아요.
내가 스물아홉이구나. 그렇구나, 하구요.
내 20대의 95%는 억압과 고통, 우울과 공황, 불안으로 가득한걸요. 솔직히 즐거운 기억을 말해보라고 하면 손에 꼽아서요. 아무튼 저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제 나름의 박자로 잘 살고 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내 생일이 싫었어요. 내 존재가 싫었고 내가 왜 태어났는지 혐오감에 휩싸여서 우울해했네요.
다들 어릴 때 생일파티 한다며 친구들을 집에 초대했었잖아요. 저는 그런 기억이 세번정도? 그 후로는 없어요.
게다가 방학에 생일이니까 항상 외로웠지요. 따돌림도 길게 오랫동안 당했으니까.
어느 날부턴가 엄마가 왜 친구들 데려오지 않냐고 하는데 말을 못하겠는거예요. 그 후로는 가족들이 축하해줬지만 기뻤던 기억이 없네요. 지금 되돌아보니 가족들 신경쓰이게 해서 너무 미안하네.
20대에도 내 생일은 27살 때 애인의 축하 말고는... 가족 말고 친구들한테 직접적으로 만나서 축하를 받은 적이 없어요. 철저하게 의도치 않게 고립되어 외롭게 살았네요. 아마 이번에도 그럴거구요.
이번에는 생일이라고 휴가를 냈지만, 사실 저는 생일에 치과치료를 예약했어요. 치료 후의 계획은 없어요.
아마 오랜만에 평일에 햇빛을 쬐며 혼자 행복해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카페에 처박혀서 밀린 일기를 쓰고, 책을 읽겠죠. 이게 제가 편안함을 느끼는 휴식이니까 이걸로 저 스스로에게 선물을 줘야겠어요. 많은걸 바라지 않아요.
제 20대는 우울로 뒤덮혀있지만, 30대는 20대 때보다 조금은 더 삶에서 예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겨서 괜찮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경제적인 소득이 늘면 좋겠지만 내가 더 이상 그만 마음이 무너졌으면 좋겠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따뜻함을 느끼는 30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길가다가 그만 울고 싶어요. 버스정류장 구석에 서서 조용히 우는거 그만 하고 싶어요.
내 20대의 마지막 생일은 이렇게 가지만, 저는 그래도 수많은 자살시도, 자해를 어떻게든 이겨내고 이렇게 노트북 앞에서 타자를 치고 있잖아요. 이걸로 만족할래요. 어떻게 보면 나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해요. 올해가 가면 내 20대는 막을 내리지만, 앞으로도 제발 조금이라도 행복을 느끼는 날이 하루라도 늘어나기를.
내가 안 죽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