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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웃

by 파묵칼레

아파트에서 생활은 이웃과의 관계가 참 중요하다. 앞집, 위아래층, 같은 라인에서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 구성이 실로 관건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시시때때로 마주치는 사람들의 인격이 우리의 하루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안부라도 묻는 훈훈함이 감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 두명은 성격 탓인지 늘 새초롬하다. 그래도 인사를 건넨다.


지난해 이맘때쯤이다. 우리 위층에서 이삿짐을 나르는 금속성 소리가 들렸다.


가족 구성원은 어떻게 될까? 아이들은 몇 살쯤 될까? 무슨 일에 종사하는 사람일까? 부부의 연령대는 40대? 50대? 은근히 궁금해진다.


저녁 무렵쯤 위층 계단을 보니 자전거가 두 대 가지런히 놓여있다. 아이들은 2명임이 틀림없다. 유아용은 아니고 초등 상급생정도의 자전거였다.


이사하는 날은 마음이 분주하고 할 일이 많다. 위층에 이사오는 분들이 많이 힘들겠구나 하며 거실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대부분 이사오는 날은 발자국 소리에, 물건 나르는 소리에 시끄러운게 다반사인데 간간이 작은 소리만 들릴 뿐 조용했다.


‘허참 희한한 일이네’ 하며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조용하다. 너무 조용하여 짐만 내려놓고 사람들은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엘리베이터에 낯선 아들과 엄마와 함께 탔다. 반사적으로 인사를 했다. 1002호에 이사 온 사람이라며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반갑다며 902호에 산다고 했다. 또래보다 큰 키의 초등학생 아들은 의젓하고 인사성이 바른 어린이였다.

그 어머니 또한 교양있고 단아한 분이었다.


“제가 아이들 실내화를 신키고 뒤꿈치도 들고 다니도록 하고 거실 바닥에 매트도 깔았는데 시끄러우면 바로 연락주세요.” 한다.


난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이토록 조용할 수 있을까 의아해 하며 지냈는데 이런 부모의 훌륭한 교육이 있었다.


내리면서 고맙고 안녕히 가라는 말 밖에 못하였다. 그보다 더한 칭찬의 인사말을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조용함에 익숙하여 이웃의 이런 배려를 잊고 지냈다. 아주 가끔 위층의 생활소리가 미미하게 들릴 때가 있다. 그 소리가 반갑기 조차하였다.


어느 날 아침, 중학생 딸과 아버지를 만났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딸은 예쁜데다가 예의도 바르고 표정이 밝았다. 아버지는 점잖고 인텔리였다.


이런 부모밑에서 가정교육이 옳게 스며든 우리 위층 가족의 바른 삶을 엿본다.


주말 저녁, 딩동 벨이 울린다. 위층 사는 분들이다. 무슨 일일까 나가보았다.


“ 안녕하세요? 오늘밤, 아들이 생일이어서 친구들을 초대하여 파티도 하고 놀이도 하여 좀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최대한 주의는 시키겠습니다.” 하면서 부부는 허리를 굽혀 양해 인사를 건넨다.

그런 부모의 품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바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 위층 부부의 생활 예의에 가슴이 뭉클했다.


두 분 맛있게 먹으라며 케이크를 놓고 갔다. 등 뒤에 대고 “편하게 맘 놓고 놀라고 하세요.” 하고 올라가는 부부를 바라보았다.


뒷모습이 아름답다. 올바른 삶을 사는 우리 위층 가족이다.


층간소음으로 불편을 겪는 가정들이 많은데 위층 부부가 주는 교훈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부부의 아름다운 바이러스가 널리 널리 퍼져 다정한 이웃사촌들이 많아지는 정겨운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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