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북서부 대서양과 맞닿은 해안 마을 아베이루는 마주하는 순간 여행자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포르투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이곳은 바다 내음과 잔잔한 운하의 잔물결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다.
큰 도시도 아니고 유명한 관광지가 있지도 않은데 다른 곳에서 접하기 어려운 매력이 깔려있다.
그저 여유 있게 카페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하염없이 운하를 바라보며 자적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느긋한 모습에서 아베이루만의 여유로움과 낭만이 몸에 와 닿았다. 마치 아베이루 시계는 느릿느릿 가고 있는 듯했다.
작고 소박한 마을이지만 마을에 품어진 이야기와 골목골목 깃든 색채의 다채로움으로 아베이루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기자기한 벽화와 건축물들을 마주하며 목적 없이 걷기만 해도 충분히 리프레시되었다.
도시 중심부를 흐르는 운하 양옆으로 파스텔톤의 알록달록한 건축물이 어우러져 동화 속 마을을 연출해 내고 있다.
운하 위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형형색색의 몰리세이루의 색감 때문에 자꾸 빠져든다.
이런 색채감과 운하의 조화로움이 만들어 낸 풍경 때문에 ‘포르투갈의 베니스’라 부른다.
운하 위를 오가는 전통 나무배 몰리세이루는 원색의 화려한 장식으로 아베이루의 분위기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긴 선체의 船尾와 船首를 원색의 페인팅으로 그려 어디서 보아도 눈에 띌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배들은 각각 다른 그림과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은 각기 자기의 배를 구분할 수 있는 표식이었다. 이 그림 치장이 아베이루를 상징하는 예술로 자리매김하였다.
아베이루는 소금과 해조류 산업으로 발전한 도시이다. 16세기 소금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정착하면서 도시화가 시작되었다.
몰리세이루는 그 당시 소금을 운반하던 배로 한 번에 최대 10톤까지 실을 수 있단다.
산업의 주역이었던 이 배는 지금은 유람선으로 변모하여 여행객들을 싣고 옛 메모리에 또 다른 풍경을 얹어 선사한다.
수로에는 몰리세이루 정거장이 곳곳에 있어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다. 배를 타고 천천히 운하를 따라 바라본 풍경은 베니스의 곤돌라를 생각나게 났다.
아베이루 도시 구석구석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물결을 따라 쉼 없이 흘러나왔다. 그 시간 속에 여행은 한층 더 풍요로워졌다.
운하의 차분함 속에 사람들의 표정도 서두름이 없고 복잡하지 않은 도시의 바이브가 내 마음을 느긋하게 이끌어갔다.
여정 중에 아베이루에 오면 꼭 맛봐야 한다는 전통 과자 ‘오브스몰레스’를 제공해 주었다. 달걀노른자에 설탕을 넣어 크림 웨이퍼를 감싼 디저트이다.
한입 깨물었더니 단맛이 진하게 나오고 부드러운 풍미가 입안 가득 감돌았다. 단것을 잘 먹지 않았던 나에게조차 그 맛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아베이루의 낭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옛 창고들이 갤러리와 카페로 거듭나 골목골목에 숨기라도 하듯 들어앉아 있어 찾아다니며 보는 재미가 컸다.
딸아이는 몰리세이루가 페인팅 된 가방을 사서 추억을 실었다. 운하를 유유히 떠다니는 원색 배를 떠오르게 하는 작은 기념품이었다.
잠시 우리는 운하 옆 노천카페에 앉았다. 아베이루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거리 풍경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고 그 여운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이곳 거리는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도시처럼 친근감을 준다. 도시 전체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여유로움이 감돌았다.
운하로 이어지는 마을 골목 골목에 오랜 세월의 흔적과 새로운 감각이 공존한다.
아베이루는 바쁘게 살아온 여행자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주며 위로를 건네는 도시였다.
단순 하루 여행이 아니라 두고두고 꺼내 볼 기억의 한 장면이 되어 내 삶의 한 챕터에 써졌다.
언젠가 나는 아베이루의 운하와 몰리세이루를 떠올리며 이곳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