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레고블록은 도시 회복력의 상징

테라코타와 부겐빌레아

by 혜아


나는 햇빛 눈부신 리스본 거리의 다채로운 꽃들만큼 아름다운 꽃을 본 적이 없다. -페르난두 페소아


항상 이름이 궁금하다. 코알라는 왜 코알라인지, 수달은 왜 수달인지, 레몬 같은 경우는 영어 이름을 그대로 부르는데 사과는 왜 애플이 아니고 사과인지. 이런 호기심은 어디에나 적용되는데 그래서 무엇이든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있으면 그 이름을 항상 알고 싶어진다.

하여간 S&P 500 지수라던지 최근 상장한 주식의 주가와 같이 날카로운 질문에 매일 물음표가 떠있다면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사는데 크게 똑똑한 효용이 있는지 모르겠는 그런 것들에 여전히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저 꽃의 이름은 부겐빌레아다.


높은 곳에 오르니 방금 걸었던 구불구불한 골목이 한순간에 단순해진다. 복잡했던 도시에 새로운 시점을 부여하니 수채 물감에 물을 톡 떨어트려 붓으로 쓱쓱 칠한 것 같은 수채화가 되었다. 리스본 골목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봤던 건물들은 온통 파스텔 톤이었는데 실은 모두가 붉은 모자를 쓰고 있는 것도 여기 산타루치아 전망대에 올라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테라코타도 그중 하나였다.

기후, 도시 건축 및 규제.


'테라코타'는 이탈리아어로 '구운 흙'을 뜻하며 저온 약 1,000°C에서 점토를 구워 만든 건축 자재를 말한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이베리아 반도에서 주로 사용되었고 리스본에서는 대지진 이후 도시 전역을 재건하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리스본은 여름엔 덥고 건조하며 겨울엔 습기가 많은 지중해성 기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건축에 있어서 단열성과 방수성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며 테라코타는 그 당시 도시가 필요로 하는 조건을 충족시킨 표준화된 건축 자재 중 하나였던 것이다.


내게 여행은 모든 순간이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고 그 하나하나의 점들을 연결해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을 만들어내는 게임과도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낯선 도시에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새로운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것을 취할 것이냐에 따라 그 게임의 판도는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내가 플레이어라는 생각으로,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은 역시 '걸어보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다리가 퉁퉁 부을 때까지, 하지만 그것마저도 즐거워하며 하루를 최대한으로 채워서 도시를 탐색한다. 그렇게 하나하나의 경험을 실험처럼 생각하며 디테일을 살려내면 모든 것을 조금 더 유연하고 사랑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 도시는 어딘가 터프하면서도 섬세하고 자연스러우면서 무심하다. 딱히 형식을 갖추지 않아서 오류라는 것을 찾을 수 없고 하나의 거대한 궤도 안에 실패 없는 고유한 아름다움이 흩어져 있는 것 같다. 그건 아마도 이곳 대부분의 건물이 자연에서 얻어온 재료로 건축되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정의 내린 것이다.


그 붉은 지붕들은 아주 귀여운 레고블록이 쌓여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어떤 사실, 도시가 무너진 이후에야 널리 사용되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도시 회복력의 상징과도 같다고 느껴진다. 내게는 어떤 도시가 주는 인상이 사람에게 받는 그것과도 같아서 단단함이 느껴지는 이미지를 보면 더 아름다워 보이고 존중하고 싶어지는 면이 있다.


어쩐지 리스본의 햇빛을 여기저기서 끌어모아 농축시켜서 과즙을 짜듯 쭈욱 짜낸 채도 높은 선홍빛.

산타루치아 전망대에서 마주할 수 있는 건 테라코타만이 아니었다. 결코 시들 일이 없을 것만 같은 거대한 꽃다발이 여기가 연간 일조량 2,800시간의 도시라고 자랑하는 듯 보인다. 역시 이름이 궁금해 찾아보니 부겐빌레아.


부겐빌레아는 지주해성 기후에 잘 자라는 꽃으로 만개한 모습을 오랜 시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뜻한 계절 동안에는 지속적으로 꽃을 피우기 때문인데 그 기간이 대략 5개월이나 된다. 일 년의 반 정도나 되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이렇게 탐스럽게 빛나는 꽃이라니.


문득 페소아는 어떤 꽃을 보고 위와 같은 문장을 썼는지 궁금해졌다. 그에게 리스본에서 아름다운 꽃은 이름이 뭐였을까.





*Lifestiles : The World Of Clay Roofs

*Boyce's Roofing&Repair : 6 Benefits of Clay Tile Roofing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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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