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리스본의 리브라리아 베르트랑

by 혜아

여행 전 일정을 준비하다가 어떤 짧은 리뷰에 생각 없이 주룩 내리던 스크롤이 멈춰진다.

오래되었다는 타이틀 말곤 딱히 임팩트 없음. 역사 있는 장소이긴 하나 특별하진 않음.

평소 같으면 '그럴 수도 있지'하며 넘어갔을 텐데 그 아래 달린 관계자의 응답에 입이 삐죽하고 나와버렸다.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희는 문제 해결과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보내주신 의견은 담당 부서로 전달된 예정입니다. 베르트랑 서점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뭐야 하는 쓸쓸한 마음이 들었던 건, 한국어에서 포르투갈어로 번역되었을 몇 개의 부정적인 리뷰를 누군가는 봤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누군가는 대개 이곳을 사랑하며 일하고 있을 서점 관계자일 것이다. 그 리뷰들에 응답을 하는 건 형식적인 것일 수 있지만 그것마저 사람이 하는 일이다.


특별한 건 무엇일까. 움직일 것 같은 마법의 계단이 있어야 하고 누군가 사진으로 봤을 때 부러워할 만한 무시무시한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어떤 장소에 대한 특별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화려하지 않다고 해서 특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페소아의 궤짝에 들어있던 수많은 글들 중 한 문장은 베르트랑에서 싹튼 것일지도 모른다.


서점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파스텔 톤의 책들이 리스본 특유의 도시 감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 있는 도시. 1732년 프랑스 출신의 서적상 '페드루 포레'가 리스본에 서점 하나를 열었다. 포르투갈 서점의 역사는 18세기 초 프랑스 서점인들이 포르투갈에 정착하던 전통에서 시작되었다.

페드루 포레도 그중 한 사람이었고 '피에르 베르트랑'이라는 인물과 동업을 시작하며 Bertrand이라는 상호명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Livraria Bertrand,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는 서점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흔히 포르투갈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유명한 서점은 포르투의 렐루서점이다.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이 호그와트에 나오는 움직이는 계단에 대한 영감을 받은 서점이기 때문이다. 렐루서점 안에는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아름다운 곡선형의 계단이 있다. 하지만 진짜 마법이 일어난 곳은 여기 베르트랑 서점일지도 모른다.


어떤 공간에서 감각하게 되는 느낌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글을 쓰러 카페에 갈 때도 선호하는 카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점이라는 공간은 세상에서 끝없이 부려도 되는 좋은 욕심이 일게 하는 곳이다. 이 책도, 저 책도 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 후에는 항상 일말의 다짐 같은 것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질러진 생각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고치고 싶은 습관을 교정하고 새로운 시도를, 이제는 정말 해볼 수 있는 아담한 용기까지. 그러니까 느낌 - 다짐 - 행동 - 시도와 같은 사이클을 타게 되어 나만 알 수 있는 내면의 변화를 느끼고 나온다.


해석할 수 없는 언어로 된 책이 가득하다고 해도 그런 분위기는 여전히 존재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외관을 가진 서점이지만, 그 역사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지진으로 무너진 서점의 재건 이후 베르트랑은 리스본의 작가, 시인, 지식인들이 모여 작품의 영감을 얻고 시대의 흐름을 논의하던, tertulia 즉 문학 살롱의 중심지였다. 페르난두 페소아 역시 베르트랑의 오래된 서가를 거닐던 단골손님이었다.


혼란을 겪던 19세기에는 문학 토론이 국가 운영, 자유, 종교 분리 등에 대한 논쟁으로 확장되었다. 당시 시아두는 카페, 신문사, 서점 등이 밀집된 집결지였고 베르트랑은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수많은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오고 갔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아치형의 천장을 따라 동굴처럼 이어져 있는 구조가 왠지 비밀스럽게 느껴진다. 이 동굴을 따라 들어가면 가장 안쪽에 베르트랑이 운영하고 있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그 한쪽 벽면에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끝까지 들어가 보니 알 수 있었다.



*CITY GUIDE : LISBON

*TRANSCEND MEDIA SERVICE : Livraria Bertrand, em Lisboa, é a mais antiga do mu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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