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나자레 (2)
나자레는 크게 '프라이아'와 '시티오'라는 두 개의 동네로 나뉜다. 그중 시티오는 고도 110미터 절벽 위에 위치한 마을.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서 빅웨이브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서핑 시즌에는 특히 많은 여행자들이 이 작은 마을을 찾는다고 한다.
'푸니쿨라'라고 하는 전동식 케이블카는 해안 마을인 프라이아와 시티오를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경사도가 42%로 꽤 가파른 언덕을 이어주고 있는 푸니쿨라는 1888년에 처음으로 건설 계획이 수립되었고 당시에는 증기식으로 운행되었다. 지금은 전기 동력으로 운행되고 있는 모습이 꽤 도시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포르투갈은 역시 포르투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탑승을 위한 티켓 결제 방식이 19세기말의 방식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탑승구 앞에 서있는 직원에게 표를 직접 구매해야 하며 현금 결제만 가능했다. 모바일 페이는 물론이고 신용카드도 받지 않는다.
찰랑찰랑. 10유로짜리 지폐를 내밀자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는 작은 가방에서 2유로짜리 동전을 꺼내어 거슬러준다. 그리곤 탑승 확인을 위해 티켓을 반으로 챡 뜯으며 내게 줄까 말까 하는 장난스러운 액션을 취한다. 현금을 주고받는 방식이 수고스러운 과정일지 모르지만 어쩐지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이런 귀여운 순간을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픽 하고 웃을 수 있는 장난은 키오스크와는 할 수 없으니까.
나자레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선한 해산물과 제철 과일을 파는 동네의 작은 재래시장에서 애플페이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작은 카페에서 콘 레체를 0.8유로에 사 마실 수 있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오는 커다랗고 건강한 빵을 1유로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빵을 반죽하고 구워내는 과정을 생각하면 동전만 건네는 게 미안해질 정도다.
깨끗하게 관리된 가판대와 관광객을 환영하는 가게 주인들을 보고 있으니,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고상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작은 동네의 따뜻한 인심과 도시의 자부심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커다란 에그타르트와 더 커다랗고 둥그런 포르투갈식 전통빵을 사 먹었다.
푸니쿨라를 타고 순식간에 언덕 위의 마을로 올라왔다. 초여름의 해변과 드넓은 모래사장, 아랫마을 '프라이아'가 한눈에 보인다. 대서양의 흐드러진 경계선은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온 시티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잔잔한 파도가 코앞에서 넘실거렸던 해변가에서는 아무리 고개를 뻗어도 보이지 않던 풍경. 같은 모습도 다르게 볼 수 있으니 어딘가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꺼리지 않고 즐기는 편이다. 전동식 케이블카가 없었어도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 올라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매번 가는 카페만 가고, 같은 샌드위치만 먹고, 익숙한 산책로를 걸으며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선호하면서도 새로운 도시에서의 모험을 추구하고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공존한다. 하루하루 할 일을 적어두고 계획대로 실행하는 나와 최소한의 정보만을 가지고 낯선 도시에서 더 낯선 도시로 불쑥 이동하는 나.
그런대로의 철저함 속에서 즉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의지와 판단력을 기르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아름다움이 차고 넘치는 도시의 삶은 어떨까. 이제는 유일하게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된, 아주 오래된 여행 프로에서 나자레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본다.
어업과 연관된 생계 방식을 수백 년간 이어왔다는 것은 어촌 마을의 여지없는 특징이었다. 나자레의 전통 목조 어선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넘실대는 파도가 가득한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지금은 도시를 기억하고 싶은 관광객들에게 하나씩 팔리고 있는 귀여운 장난감으로 만들어지기 일쑤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지나가는 우리에게 포르투갈 전통과자를 맛보라던 아주머니가 생각났다.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이 세떼 사이아스(sete saias)라고 불리는 옛날 나자레 주민들의 전통의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떼(sete)는 숫자 7을 의미하고 사이아스(Saias)는 치마라는 뜻인데, 예부터 어부의 아내나 딸들이 전통적으로 착용해 왔다고 한다. 그들은 치마 겹을 접어가며 일곱 번째 잔잔한 파도가 돌아오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 행운의 일곱 번째 물결이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남편을 데려다준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마을의 사람들에게도 인내와 기다림은 일상이었던 걸까.
버스 시간이 다와가 마을을 떠나면서까지 유독 발걸음을 떼기 어려웠던 나자레였다.
*Portugal The Simple Life : Unveiling the authentic traditions of Nazare Portug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