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임페리얼
코끝이 시린 하루. 손끝에는 가벼운 셔츠 하나 달랑 들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러 간다. 계절의 변화가 반가워지는 건 작은 것들부터 시작된다. 바람은 차가워졌는데 햇볕은 더 따스워지는 이상하고 즐거운 변화. 노라존스와 톰 미쉬, Mac Ayres의 노래를 찾아듣는다. 왠지 가을에만 느껴지는 이유 없이 설레는 기분.
포르투에서 이틀을 보낸 후 어느 날, 딱 요즘과 정반대의 온도 변화가 느껴지고 있었다. 낮 기온이 다가오는 여름을 말하고 있는데 그건 우리에게 아이스크림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포르투에는 유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곳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포르투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다. 지금은 '맥도날드 임페리얼'이 입점해 있지만 원래 이 건물은 카페 임페리얼(Cafe Imperial), 커피를 파는 카페가 있던 곳이다.
카페 임페리얼은 1930년대 문을 열어 당시 포르투에서 가장 호화롭고 사교적인 카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내부는 스테인드 글라스, 샹들리에, 프리즈 등의 아르 데코풍의 미적 요소들이 특징이고 외관에 청동 독수리 동상은 이 건물의 상징과도 같은 이미지다. 약 60년간 카페로 운영되다가 1995년에 맥도날드가 건물을 인수하여 지금의 맥도날드 임페리얼이 되었다.
맥도날드 입점 시 내부 아르데코 장식의 주요 요소들을 보존, 복원하는 방식으로 리노베이션이 이루어졌다. 실내의 대형 스테인드 글라스는 포르투갈의 예술가 Ricardo Leone가 제작했는데, 카운터 뒤쪽의 그의 작품인 큰 유리화 또한 현재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걸려있는 햄버거 가게. 포르투를 여행하는 동안 아이스크림은 항상 이곳에 와서 먹었다. m&m 초콜릿 조각이 듬뿍 들어있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가격은 2.5유로. 아이스크림으로 낮 동안 받은 열기를 잠시 식히면 얼마든지 더 걸을 수 있다.
과거만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이 도시엔 미래가 없다는 좋아하는 영화의 대사가 떠오른다. 미술품 복원사인 준세이는 붓과 면봉으로 세밀하게 오염을 제거하고 색을 복원하며 과거를 되살린다. 영화 안에서 '복원사'라는 직업이 갖는 서사적 의미, 그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과거를 다루는 그의 일이 어쩐지 쓸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오래된 예술 작품들의 시간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어 보인다. 그건 과거를 복원함과 동시에 미래를 만드는 일이기도 할 테니.
오래된 것에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보면 오래된 것들은 변하지 않고 오래간다는 것이다. 오늘 즐거웠다가 내일이면 흥미가 떨어지는 가벼움 대신 시간을 버티고 시대를 거친 것들은 믿을 수 있고 또 믿고 싶다. 포르투는 그 묵직함이 평범한 건물과 작은 골목에서도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도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