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에서 활기를 얻기

클레리구스 성당, 포르투

by 혜아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잠시 한쪽으로 빠져있다가 다시 걸음을 옮긴다. 두터운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이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같은 구도의 똑같은 건물이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중간쯤 올라왔다 싶으면 비좁은 계단은 빛도 새지 않는 터널이 된다. 돌벽 사이로 흐르는 서늘한 공기를 마시며 꼭 위로만 올라가야 한다. 나는 아직 모르는 풍경을 눈에 담고 온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였다.


카메라를 들고 멈춰 서느라 타워에 오르는데 한참이 걸렸다. 여기저기 눈이 바쁘게 움직이고 매 순간마다 여지없이 감탄한다. 돌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밟아 나가는 걸 좋아하는데 둘 다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아서다. 포르투를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 높이 76m와 겨우 240개의 계단.


클레리구스 성당은 포르투를 대표하는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다. 성당 내부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곳은 타원형 구조의 내부(중앙)였다. 어딘가로 옅게 새어 들어오는 빛이 곡선으로 둘러싸인 벽면에 새겨져 있었다. 성당 내부의 타원형 구조는 당시 포르투에서 혁신적인 건축 구조였다고 한다. 타원형 천장과 벽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려면 그 당시 석조 건축 기술로는 까다로운 계산과 설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18세기 초중반 포르투의 전통적인 성당들은 대부분 직사각형의 평면 구조였고 타원형은 로마와 이탈리아 바로크 건축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포르투에서는 매우 실험적인 설계였다.


여행하기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1900년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들은 기능만큼이나 미학적인 면이 중요시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 건물들이 전하는 메시지나 의미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건물이 우아함과 매력, 친절과 빛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우리 기분도 활기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건물이 우리를 위협하고 을러대는 듯 보인다면 굴욕감을 느끼고 겁을 먹을 것이다. 현대는 우리의 연약함을 존중하지 않는다. (중략) 이런 이유만으로도 건축은 가장 중요한 예술 분야이며,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자 함인지는 모르겠으나 학교에서 전혀 배우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다"


성당은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 니콜라우 나소니에 의해 설계되었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수학한 뒤 포르투로 초청되어 여러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클레리구스 성당은 나소니가 포르투 건축사에 가져온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포르투의 대부분 가톨릭 성당이 직선적이고 엄격한 평면 구조를 지니고 있던 시절, 그는 곡선형의 설계를 통해 우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실현시켰다. 후대에 그가 남긴 건 아름다운 공간 뿐만은 아닌 것 같다.


포르투를 가장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실마리 하나로 도착한 클레리구스 타워였다. 작은 원형 타워를 한 바퀴 돌아보니 포르투 도시 전경을 360도 감상할 수 있었다. 어딜 보나 유채화 작품 같은 모습의 연속이다. 겨우 76m 올라왔을 뿐인데 눈높이에 맞는 건물은 보이지 않는다. 주황색 지붕 사이를 가로지르는 도우루 강만이 빛을 받아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도 검증되지 않은 길의 연속. 막연하지만 명확한 직감만을 믿고 설계하는 하루하루.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애초에 검증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 완벽한 계획을 찾기보다 두리번거리며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더 즐거운 날들이다.


*알랭드보통 <현대사회 생존법> 최민우 번역 / 오렌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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