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씨 집안 경사 났네

우리 동네 동물 연대기 9

by 소려


멍노와 멍토리의 반려인이 이상하다. 항상 웃고 다니시던 분인데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네 구석구석을 노려 본다. 길가에 서서 우리 집 마당을 한참 쳐다보다가 돌아선다.

"자기야, 무슨 일 생겼나 본데."

남편이 전화를 해보니 멍노와 멍토리가 사라졌단다. 산책을 데리고 나갔는데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개 두 마리가 작당을 한 것처럼 달아나버렸다. 반려인은 개 두 마리의 엉덩이를 사라질 때까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놀만큼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 있을 줄 알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다. 반려인은 마을 장독대 뚜껑까지 열어볼 기세로 찾아다녔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걱정이 되었다. 한 마리는 사람을 극도로 싫어해서 사람만 만나면 숨어버리고 한 마리는 사람을 극도로 좋아해서 동네 사람들한테 위협이 될 것 같진 않았지만 개 두 마리의 목줄이 한 줄로 묶여 있었단다. 저 산속을 헤매다가 나무에 줄이 엉켜 꼼짝을 못 하면 어쩌나, 그러다 못 찾으면 두 마리는 서로 얼굴만 마주 본 채 굶고 있을 텐데.

반려인의 얼굴이 하루가 다르게 핼쑥해졌다. 경찰서에 신고하고 유기견 센터도 찾아가 보았지만 없었다. 하루는 멍토리가 다녀간 흔적이 보인다고. 그럼 줄은 끊어졌는데 멍노가 어디 묶여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멍토리만 다녀간 게 아니냐고, 걱정에 걱정을 더하다가 일주일이 흘러갔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부엌 창문 너머로 멍노의 출렁거리는 하얀 엉덩이와 멍토리의 날렵한 엉덩이가 보였다.

"찾았나 봐."


그 후, 며칠 동안 반려인의 멍노와 멍토리를 찾기 모험담이 동네를 들썩였다.

유기견들을 데려다 키우는 사장님과 함께 산속을 헤매다가 이젠 정말 마지막이다 하고 언덕을 도는데 두 녀석이 보이더란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개들이 가끔 출몰하는 길가 근처였다. 반려인이 차에서 내리자 멍토리는 좋다고 달려왔고 멍노는 도망가지는 않았지만 저만치에서 삐죽 대고 서 있더란다. 개들도 안다. 저 사람이 날 사랑하는지, 책임감 때문인지. 그렇게 두 녀석의 탈출기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꼭 있다. 이렇게 따로 노는 녀석 하나.

며칠 후 반려인의 표정이 심각하다. 또 도망갔나 싶어 물었더니 멍노가 임신을 한 거 같단다.

엥~, 그럼 그건 '사랑의 도피'였던가. 허니문~, 동네 사람들은 깔깔대며 웃었지만 반려인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하긴 나라도 걱정이 되겠다. 멍노, 멍토리의 덩치가 만만치 않은데, 그 새끼들은 얼마나 클 것인가. 큰 개들은 입양도 잘 안되는데. 그 개들을 다 키우려면...


그리고 몇 달 후, 아주 추운 겨울밤 멍노는 새끼들을 낳았다. 8 마리를 낳았는데 초산이라 그런지 네 마리는 죽고 네 마리만 살아남았다. 세 마리는 수놈, 한 마리는 암놈이었다.


동네 한 분이 작명에 들어갔는데 멍일, 멍이, 멍삼, 그리고 멍순이였다. 반려인은 그래도 멍진이 새끼가 아니고 멍노 (본명 노아) 새낀데 노일, 노이, 노삼, 노순이라고 부르자고 했지만 동네 사람들은 노노노, 노! 입에 착착 붙는다고 강아지들 이름은 끝내 '멍' 시리즈로 정착되었다.


녀석들은 쑥쑥 잘도 자랐다. 더 크기 전에 입양 보내야 한다는 소리만 나왔지, 데려간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생들이 있는 집에서 개를 원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 아이들은 와서 보자마자 멍씨 집안 셋째 딸에 반했다.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멍일이도 함께 입양했다. 좋은 사람들한테 갔다니 다들 기뻐했다.


멍일이와 멍순이를 입양해 간 분이 소식을 전해왔다. 목욕 후 잠이 든 멍일이와 멍순이.


멍이는 우리 동네에 가끔 쉬러 오는 아저씨가 입양해 갔다. 그리고 멍삼이만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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