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눈을 뜬 새끼들이 꼬물거렸다. 오랜만에 찾아온 나를 보자 멍노는 불안해했지만 짖지는 않았다. 조심해주세요, 물끄러미 나를 보다가 안 되겠다 싶었던지 나와 새끼 사이를 파고들었다. 어미 마음이 이해되는 지라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멍노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고생했어."
내 손길이 좋다고 나를 보던 녀석이 갑자기 날카롭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았다.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마당 저 편에 있던 남편도 놀라 달려왔다. 산후우울증이라도 걸린 걸까? 저 큰 덩치로 나를 덮친다면...
"멍노야 왜 그래? 이 녀석이..."
멍노는 옆 칸 멍토리를 보며 짖고 있었다. 사람, 특히 여자 사람이 있으면 방구석에 꼼짝 않고 있던 멍토리가 나와서 멍노 방을 기웃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멍노는 내 어깨너머로 멍토리가 보이자 정말 신경질적으로 짖어댔다.
"이 놈아, 내가 너 때문에 이 고생이다. 뭘 잘했다고 나와서 기웃거리냐. 내가 너한테 속아서..."
멍노 짖는 소리가 정말 그렇게 들렸다. 멍토리는 멍노 눈치를 보다가 슬금슬금 뒷발질을 하면서도 칸 너머의 새끼들을 둘러보았다.
난 그대로 주저앉아 웃다가 멍노의 기분을 풀어줘야지 싶었다. 계란 두 알을 깨서 산후 보양식으로 줬다. 멍노는 후루룩, 계란을 흡입하면서도 멍토리를 째려봤다. 멍노 집을 나오면서도 난 웃음을 멈추지 못했고 문 앞에 서 있던 남편은 "여자들 무서워" 한다.
멍노의 새끼들. 멍일, 멍이, 멍삼, 멍순. 멍순이는 누굴까요?
부모는 자식을 보며 배운다고 했던가. 멍토리는 새끼들이 나와 놀 때면 '여자 사람'이 있어도 더 이상 방구석에 처박혀 있지 않았다. 새끼들을 보고 싶은 건지, 새끼들을 보호하는 건지, 곁에 서서 지켜보기 시작했다. 멍삼이가 커서 같은 방을 쓰게 되었지만 구박도 안 하고 잘 지냈다.
그렇게 '오순도순' 잘 지내면서 새끼들 세 마리는 차례대로 좋은 반려인들을 만나 떠나가고 멍삼이만 남았다. 그때는 몰랐다. 멍삼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갈라놓을 줄은...
멍삼이는 쑥쑥 자라서 제 어미와 아비만 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멍노가 떠났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중형견 세 마리를 키우기가 벅찼던 반려인은 입양해 갈 사람을 계속 찾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멍노를 원했다.
멍노는 새끼를 낳고 목욕을 못 했을 뿐이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순수 혈통의 사모예드였던 것이다.
멍노는 멍토리가 옷을 숨겨버린 선녀였는지도 모른다. 선녀 옷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멍노는 새끼 네 마리를 낳고도 떠나가버렸다.
"멍토리가 섭섭하겠다."
"그래도 좋은 사람 만났다니까 사람 좋아하는 멍노한테는 오히려 잘 된 일이지."
남편과 이야기하다가 '네가 갔어야지 왜 어미를 보냈느냐' 하며 멍토리가 멍삼이를 구박하지 않을까 잠시 걱정도 했었는데, 역시 기우였다.
산책 길에 또다시 도망 나온 멍토리와 이번엔 멍삼이가 우리 집 마당을 휘젓고 있었다. 멍삼이는 어떻게 해 보겠는데 멍토리는 무서웠는지 멍진이가 제 집 뒤에 숨어서 떨고 있었다. 내가 마당으로 나가 쫓는데 멍토리 표정이 가관이다.
"나 애 아빠거든. 이래 봬도 산전수전 다 겪은 개야."
멍노를 보낸 그리움을 달래는 걸까, 아니면 드디어 다시 찾은 자유를 만끽하는 걸까. 예의 상 도망가던 멍토리의 엉덩이가 자꾸 떠올라서, 나는 오늘도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