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진이의

우리 동네 동물 연대기 8

by 소려
개들도 꿈을 꾼다.


멍진이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 있나 창밖을 내다보니 햇볕 좋은 곳에서 잘 자고 있다. 잘못 들었나? 고개를 돌리려는데 멍진이가 월월월, 푸르르거린다. 누워서 눈을 감은 채로. 그러더니 앞발 두 개를 달리는 것처럼 허공에 저었다. 양 미간을 찌푸리며 끼잉낑 쇳소리를 낸다. "쟤 왜 저런데?" 잠시 후 허공에 낮게 떠 있던 두 발이 땅 위로 떨어지고 멍진이는 쌕쌕거리며 깊은 잠에 빠졌다.


아, 꿈을 꿨구나. 어디선가 꿈을 꿀 수 있는 건 사람뿐이라고 읽었는데 그 필자는 개를 안 키워봤나? 아니면 잠잘 때 꾸는 꿈이 아니라 '이상', '되고자 하는 그 무엇'을 말한 건데 내가 찢어진 신문을 읽은 걸까? 어쨌든 그날 이후로 난 개가 꿈을 꾼다는 사실을 보았다. 혹시 고양이 키우시는 분 중에 꿈꾸는 고양이를 보신 분은 좀 알려주시길...


개는 주인을 닮는다던데 멍진이가 날 닮아서 꿈을 많이 꾸는 걸까? 그 후로도 자면서 달리는 멍진이, 자면서 입맛을 다시는 멍진이, 자면서 낑낑대는 멍진이를 목격했다.


오늘은 무슨 꿈을 꾸었을까? 머리맡의 찢어진 종이는 못다 쓴 편지일까?


주말에 둘째와 늦은 점심을 먹는데 멍진이가 멍멍멍 짖었다. 이번엔 꿈속은 아니고 지나가는 동네 사람한테 간식 내놓고 가라고 짖는 거였다.


그런데 멍진이의 멍멍멍 소리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한자 꿈 몽(夢) 자가 떠올랐다. 중국어로 꿈 몽자는 '멍'으로 읽힌다. 그것도 멍진이 짖는 소리처럼 소리 끝이 바닥으로 급하게 떨어지는 4 성이다. 그러니까 갑자기 멍진이의 '멍멍멍'이 내 귀에 '꿈꿈꿈'으로 들린 것이다. 내가 웃으며 그 생각을 말하니 딸아이가 엄마가 밥 먹다가 무슨 꿈같은 소리를 하나 쳐다본다.


"나는 내 길을 가고 싶거든요." 멍진이는 주인을 닮아 고집도 세다.


한참을 혼자 웃다가 개들도 꿈을 꾸는데 나도 꿈 좀 꾸고 살자 싶어졌다. 그 꿈이 개 꿈이든 돼지꿈이든 상관없을 것 같다. 꿈속에서 달리기도 하고 먹기도 해 보자. 때론 행복하기도 하고 때론 슬프기도 하겠지만... 꿈이 아닌가! 내 꿈은 내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언젠가 그 꿈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품어보자. 멍멍멍 짖어보자.


그날 이후 멍진이가 멍멍멍 짖을 때마다 나는 내 꿈을 되새기곤 한다. 멍진이가 또 짖는다.

"아이고 알았어. 열심히 꿈꾸고 있으니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까, 잔소리 좀 그만해라."

멍진이를 보며 웃었다. 멍진이가 무슨 소리하냐며 돌아본다.


개들도 꿈을 꾼다. 꿈 몽! 중국어 멍!




표지 사진은 순천만 국가정원의 조형물 "같이 놀개"입니다.

개들의 많은 꿈 중 하나겠죠. 맑고 밝아서 좋은 꿈이네요.

혹시 숨어있는 세 번째 개 찾으셨나요?

그 개의 꿈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는 걸까요? 못 찾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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