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게 많은 걸까? 불만이 많은 걸까?
4년 전 공사 중이던 집 1층을 간단히 손 봐서 이 주일 동안 여름휴가를 보냈다. 아직 다 짓지 않은 집에 대한 기대감과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으로 어느 펜션에 놀러 간 것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왜애액, 이상한 소리가 산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방에서 자고 있다가 놀라 눈을 떴을 때, 마루에서 창문을 열고 자고 있던 딸아이가 뛰어들어왔다. 남편은 무박이 일 같은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우선 딸을 남편 옆에 앉히고 마루로 조심스럽게 나갔다. 왜애액 소리는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최대한 나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창문을 잠가야 한다. 거실 창문으로 미친놈이 왜액하며 달려드는 것 같은 환상에 손이 덜덜 떨렸다. 딸은 문 옆에 선 채 머리만 내밀고 뒤에서 나를 엄호하고 있었다.
겨우 창문들을 잠그고 방에 돌아와 주저앉았다. 아이와 나는 여전히 잠들어 있는 남편을 보호하듯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손발이 떨리고 가슴은 끊임없이 콩닥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동네에 미친놈이 있나 보다. 저 정도의 목소리면 나이는 많지 않은 것 같은데 10대 중반쯤 되지 않았을까. 이사 오면 저런 놈이랑 이웃사촌이 돼야 하는 것인가. 이사 괜히 한다고 했다. 이 집 괜히 샀다. 속아 산 거 같다, 걱정과 후회를 산더미 같이 하다 해가 뜰 즈음에야 잠이 들었다.
늦은 아침, 겨우 잠에서 깬 나는 후회 가득한 얼굴로 지난밤의 일을 남편에게 전했다. 딸은 최대한 그 소리를 흉내 내서 남편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무슨 소릴까? 하는 남편의 얼굴에도 걱정이 가득 차올랐다.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 남편은 기본적으로 1박 이상의 출장을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다녀와야 하는데 어쩌나, 다시 셋이서 얼굴을 맞대고 고민에 빠졌다.
마당 뒤편에서 우리 집을 짓고 계시는 사장님 내외분의 기척이 들려왔다. 남편과 내가 나가 인사를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어제 그 소리 들으셨어요? 혹시 이 동네에..."
"아, 고라니가 내려왔나 봐요."
"고라니라고요? 개들이 한 마리도 안 짖던데요."
딸과 나는 그 사람이 무서워서 개도 못 짖는 거라고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고라니가 하도 내려와서 이젠 개들도 신경 안 써요."
늦은 밤 집에 돌아오는 길, 새끼 고라니를 만났다.
음. 고라니라고. 세상의 모든 고뇌를 지고 있다가 터진 듯이 왜애액 울부짖던 그 소리가 어여쁘고 가냘파 보이는 고라니 울음소리였다고?
들어가 딸에게 이야기했더니 인터넷을 찾아본다. 맞단다. 고라니 소리란다.
두려움으로 떨었던 지난밤이 원망스러워졌다. 남편은 흐흐흐 웃고 나는 도대체 고라니가 '왜애' 그런 소리를 내는지 궁금해졌다. 왜애액.
고라니 소리가 오늘도 들린다. 왜애액. 시끄러워서 창문을 닫다가 문득 저 어두운 숲 속에서 헤매고 있을 고라니가 안쓰러워졌다.
왜애액. 무서워서 저러는 걸까? 외로워서 저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