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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려 Dec 14. 2021

모든 글은 소중하다

다시 자판을 두드리며


이 글이 과연 필요한 것일까? 다시 자체 검열이 발동했다.

이 글은 난해하고 이 글은 깊은 사색이 담기지 않았어. 이 글은 너무 사적인 이야기만 담았네.

그러다가 발행했던 글들로 눈이 돌아가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담은 글을 나는 '아직' 쓸 수 없다. 언젠가는 쓸 수 있기를 바라지만 헛된 꿈이라는 생각이 오히려 글쓰기를 억누르고 있었다.

“운율 띤 문장에, 한 줄만 읽어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그런 글이 아니라면 아무 소용없어.”


여기서 멈추자. 내 생각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어렸을 때 수필 한 권을 읽고 화가 난 적이 있었다.

"이런 시간 아까운 글 좀 쓰지 마라. 이 작가 때문에 시간 낭비, 머리 낭비했네."

참 무례하고 거만하고 어리석었다. 글 한 줄 못 쓰던 어린 풋내기의 객기였다.

돌아보니 그런 순간들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시간이었다. 부끄러움과 깨달음을 한 줌씩 얻어서 살아왔다.


수많은 책들을 읽으며 행복했다. 가슴에 부여 안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평생 이런 글 한 편이라도 쓸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그런 글들을 읽으며 아직 부족하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내가 되었다.


모든 글은 소중하다.

물론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만 한 글들도 있고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헛된 글들도 있다.

그런 글들을 읽었다면 타산지석 삼으면 된다.

"이런 글은 쓰지 말아야지."

자신의 삶과 마음이 녹아든 진심 어린 글들은 정말 많다. 이런 글들을 만나면 언제나 행복하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런 인생도, 이런 생각도 있구나. 이런 글을 배워야지. 이런 글을 써야지."




다시 자판을 두드린다.

못난 글로 깃털 하나를 만든다.

다시 못난 글로 깃털 하나를, 그렇게 글을, 삶을, 마음을 채워간다.

언젠가는 훨훨 날아오를 날개를 만들어간다.

욕심 빼고, 거짓 빼고 진심을 글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날아오를 수 있다.


모든 글은 소중하다. 내 못난 글도 내 그저 그런  글도...

모든 글은 더욱 소중하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도. 내 마음을 진심으로 담아낸 글도.

그런 글들은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해주는 글들이다.

날아올라 맘껏 웃게 해주는 글들이다.



  


 제 글 “남편의 바람”(https://brunch.co.kr/@hyec777/133)이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이 되어

 제 브런치 북 “오! 순. 정.”(https://brunch.co.kr/brunchbook/ohsunjeong)이 '오늘의 브런치 북'이 되어  메인 화면에 떠올랐습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끊임없는 질문에 대답 한 마디를 들은 것 같았습니다.


내 글들이 너무 못났다고 구박하고 있었나 봅니다. 화면에 뜬 "남편의 바람"과 브런치 북 “오! 순. 정.”을 보면서 마음이 아린 것을 보면….

함부로 누군가의 글을 평가하면 안되겠습니다. 제 글도 마찬가지고요.

제 손을 떠난 글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을, 그래서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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