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다뤘던 "예민함이라는 무기"가 이론서라면 이 책은 워크북 같다.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가면서 자기중심잡기와 한계 설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번 책과 다른 점이라면 독자층을 예민한 사람으로 한정 짓지 않고 자신의 존재와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 전체로 확장하고 있다.
롤프 젤린은 예민함이라는 산 정상에 오른 사람이다. 예민함이라는 숲을 벗어나 산 정상에서 숲을 바라보고 길을 만들 곳을 찾아냈다. 그리고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가 한 사람 한 사람을 구해내고 있다. 지도를 그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빠지는 구덩이를 메우고 표시를 한다. 죽은 나무는 파내고 살려야 할 나무에는 힘을 보탠다. 자신의 아픔에만 빠져 있지 않고 일어나 다른 사람들을 구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는 힘이 있다. 제목만 봐도 속이 시원해진다.
프롤로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안 된다고 선을 긋는 용기다.
Chapter 1. 싫다고 말해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Chapter 2. 실망시켜 미안하지만 당신보다 내가 더 소중합니다.
Chapter 3.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Chapter 4. 누구도 내 인생을 마음대로 휘두르게 내버려 두지 마라.
롤프 젤린의 제시하는 방법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첫째,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라.
둘째, 자기중심을 세워라.
셋째, 자신에게 맞는 한계를 설정하라.
세 개의 과정을 돌고 돌다 보면 회오리처럼 거대해지는 자신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 속에 갇혀 몸부림치던 자아를 꺼내 줄 방법이 떠오르기도 한다.
여기서 다시 예민한 사람으로 돌아가 본다.
"마음은 '왜'가 없어요. 그냥 그런 거예요. '왜'는 인지예요." 오은영 박사 (금쪽같은 내 새끼 77회 중에서)
오은영 박사가 아들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엄마에게 하는 말이다.
공감은 새로운 화두가 되어 현대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공감은 언제부턴가 인간다움의 지표가 되기 시작했다.
공감. 참 좋다. 누군가 내 아픔을 진심으로 아파해주고 이해해준다면 좋겠다. 누군가의 행복을 같이 느끼고 진심을 담아 축하해준다면 더더욱 좋겠다.
하지만 공감이란 단어는 예민한 사람들에게 많은 경우 족쇄가 된다. 더 큰 문제는 그 족쇄를 채우는 사람들이 바로 예민한 사람들 자신이라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공감으로 휘청거린다. 저 사람도 안쓰럽고 저 사람도 불쌍해서 뭔가를 해줘야 하는데 감정적으로 이미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은 제 무게에 주저앉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탓한다. 거기에 남 탓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면 그 자괴감은 더욱 커진다. 내 탓이란 생각에 네 탓이란 말까지 들었으니 세상의 모든 탓이 자신에게 무너지는 것이다.
오은영 박사의 말로 돌아가 보자. 마음은 그냥 그런 거다. 그냥 그런 마음을 예민한 사람들은 그냥 지고 살았다. 남의 마음들까지. 내가 지고 가야 할 마음과 내가 신경 쓰지 말아야 할 마음을 구분 짓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산다. 그러다가 터진다. 가슴이, 머리가, 몸이 그리고 세상이...
"묵묵히 참고 견디기만 하면 죽을 수도 있다"
롤프 젤린의 말이다. 우리 모두가 느끼면서도 무시했던 말이다. 아니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묵묵히 참고 견디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온다."
혹시 당신이 모든 일을 자기 탓하며 사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면 물어야 한다.
자신을 탓하는 자신에게, 자신을 탓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야 한다. "왜?"
그렇게 마음을 인지해야 한다. 내 마음과 네 마음을 분리해야 한다. 내가 지고 가야 할 마음과 버려야 할 마음을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자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야 좋은 날이 온다.
그리고 혹시 당신이 모든 일을 남 탓하는 데 능숙한 사람이라면 물어야 한다.
남을 탓하는 자신에게, 남을 탓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야 한다. "왜?"
그래야 자기 자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야 좋은 날이 온다.
롤프 젤린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받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왜?"라고 물을 건지 그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사람들마다 예민한 부분이 다르듯이 자신에게 맞는 책도 다르다. 직유법보다는 은유법이 받아들이기 쉬운 사람들이 있고 반어법보다는 직설법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양한 책을 접하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책은 넘쳐나고 바쁘다.
내 글이 예민하고 바쁜 사람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아 진정한 자신을 바로 세우는 길을 찾기를... 그래서 짐 하나 내려놓고 내 탓도 네 탓도 아니다 웃을 수 있기를... 감히 욕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