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막 연애를 시작했을 때였다. 이른 봄, 바람이 쌀쌀했다. 서울 대공원을 산책하다가 사소한 일로 토닥거렸다. 커다란 원형 돌 위에 서 있던 우리 둘은 각자 발걸음을 뗐다. 남편은 12시 방향으로 나는 12시와 1시 사이로. 10도도 안 되게 몸을 틀었을 뿐인데 어느새 우리 둘은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을 만큼 멀어져 있었다. 고개를 들고 서로를 마주 보았다. 눈동자에 남편의 쓸쓸한 미소가 맺혔다. 내 어깨 위에는 남편이 춥다고 벗어준 빨간색 잠바가 놓여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별거 아닌 일이라고 마음을 함부로 틀어서는 안 되는 거구나. 단 1도뿐이라고 무시했다가 긴 시간 속에서 그 원점을 찾지 못할 일도 생기겠구나.
작은 일에도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오해가 생겼다면 그때그때 풀어야지.
나는 작은 것들의 힘을 믿는다.
이번 책은 제목이 길다. "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
제목을 짧게 지을 수는 없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고민을 해봤는데... 없다. 책 제목을 이렇게 지을 수밖에 없었구나, 인정했다.
책의 부제는 "사소한 것이 맘에 걸려 고생해 온 정신과 의사가 실제로 효과를 본 확실한 습관들’이다.
271쪽, 두꺼운 감이 있지만 술술 잘 읽힌다. 머리 싸매고 글 너머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낑낑 댈 필요도 없다. 글도 잘 쓰고 번역도 잘 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나에게 맞는 작은 습관을 찾아 습관을 들이는 일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작은 습관들을 정리해봤다.
1. 타인에게 기대하지 않기.
2. 자신에게 기대하지 않기.
3. 스몰스텝(small step)으로 노력하기.
4. 행복의 5단계 평가하기.
작가는 말한다. 모든 건 작은 시작이다. 어렵지 않다.
타인에게 무엇이든 바라던 마음을 접는다. 나에게도 할 수 없는 일을 강요하지 않고 지금의 나를 인정해준다.
세 번째 스몰 스텝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작은 걸음을 떼는 것이다. 따라 해 보니 사고의 전환이 쉬웠다.
글을 한 편 쓴다 치자. 글을 써야 하는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원스텝 컴퓨터를 켠다. 투스텝, 브런치 앱을 연다. 스리 스텝, 제목을 치던가 그것도 안 되면 한 줄이라도 쓴다...
이 방법? 유치한 것 같았는데 좋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많은 사람들이 천리길에 질려서 주저앉아버린다. 천리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은 일단 한 걸음을 떼는 사람들 중에 있다. 스몰 스텝은 발걸음을 떼기 전에 신발 신기, 현관문 열기부터 시작한다. 해야 할 일을 세세하게 분리해서 당장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복의 5단계 평가’.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던 일들을 돌아본다. 그 일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본다. 0점에서 5점까지. 만족도가 낮은 일이라면 필요성을 따져 본다. 필요 없는 일들은 안 하면 되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개선점을 찾아본다. 만족도가 높은 일들은 늘려간다.
이 책에서 나오는 전문적인 용어는 '자폐 스펙트럼'과 '아스퍼거 증후군'이 전부다. 그 증상을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작가 본인이 겪고 있고 그런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 이 책은 정말 '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해지는 작은 습관'이다.
작은 습관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러 개를 동시에 시작하니 머리도 몸도 헛갈렸다. 고칠 것이 많다고 줄줄 나열해놓고 나니 더 힘들었다. 하나씩 시작하고 습관으로 굳으면 다른 하나를 시작해야 했다. 다 지워버리고 제일 쉬운 거 하나만 남겼다.
아침에 눈을 뜨면 폰 대신에 책을 잡겠다고 다짐했다. 머리맡에 폰과 책을 두고 잤다. 다음 날 아침, 손은 무의식적으로 폰을 향했다. 시간 확인까지는 좋았는데 그다음은…
단 하나를 염두에 두고 잔 덕에 폰을 내려놓고 책을 잡았다. 한 챕터를 읽었다. 그렇게 '성공체험'을 나에게 선사했다.
작가가 말했던 성공의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 난 또 하나의 '성공'을 한다.
작은 습관들이 모여 작은 성공들을 이루면 작은 행복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루는 작은 행복들로 꽉 차오를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작은 행복에도 예민하다.
예민한 사람들에게 작은 습관이 중요한 이유다.
시선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땅바닥만 보고 살았는데 누군가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머리 좀 들어봐."
'왜 귀찮게 하고 그래,' 화를 내는 대신에 머리를 든다면 당신은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