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뱀

by 소려


우리 집 앞에는 보아뱀이 산다

얼마나 큰 코끼리를 삼켰는지

1년 12달 소화를 못 시키고 그대로 누워있다

네가 비웃던 나의 꿈마냥

꿈틀거리지도 못하고 산이 되어버렸다


보아뱀은

산이 되어서

자신을 그려줄 비행사를 기다리고 있다

비행사가

저 먼 나라 다른 산속에 숨어버린지도 모르고

아니, 알면서도 기다리고 있다


보아뱀이 삼켜버린 코끼리가 걸어 나올지도 몰라

자신의 별로 돌아간 어린 왕자는 장미를 만났을 테니까


비행사는 야간비행을 마치고 아내를 만났을까

네가 비웃던 내 꿈이 꿈틀거리는 날이면

코끼리가 살아나는 것 같아

아마, 내가 보아뱀인가 보다

아니면 모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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