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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님 Mar 11. 2022

01. 예쁘면 된 거 아닌가요?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정식 디자이너로 일한 지 벌써 7년이 훌쩍 넘었다. 초기에 나는 ast.net이라는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웹 개발자로 업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해당 직장에서 디자인 업무를 한 것은 일단 제외를 하여 경력에 넣고 있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시작하고 싶다.


웹 개발을 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DB('Database', 데이터베이스)를 설계하는 것도, 작업한 DB를 내가 사용하는 웹 환경과 연결하는 것도, 기능을 개발하는 것도 아닌. 내가 작성한 코드가 화면에 직접적으로 나타나서 숨을 쉬는 과정이었다. 


html이나 css를 사용하여 화면을 꾸며나가는 게 사실상 굉장한 노가다나 다름없었고, 나의 사수나  개발자 선배들은 좋아하지 않는 과정이었으나 나는 특화돼있는 것처럼 그 부분을 제일 재밌어했다. 그러다 보니 화면을 만드는 것에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이미 고등학생 때도 영상을 디자인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 급 진로를 변경하기도 했던 나였기에, 현생을 개발자에서 디자이너로 진로를 바꾸는 것은 나에겐 꼭 해야만 하는 일 같았다. 2년이지만 이루어놓은 연봉이 아깝지 않았다. 그저 결과적으로 쉽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디자이너라는 호칭을 가져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첫 직장을 그만두고, 디자이너 채용공고에 모든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지금 보자면 굉장히 당황스럽겠지만 그 당시에 나는 포트폴리오가 없는 열정만 있는 디자이너 지망생이었다.) 그러다가 굉장히 서로가 돈독해 보이는 한 기업의 디자이너 채용공고를 발견하고 나는 바로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나는 한 스타트업의 화면 마크업과 웹 디자인을 담당하는 디자이너, 즉 흔히 말하는 디블리셔로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디자이너 > 웹디자이너 > UIUX 디자이너

(갖고 싶던 디자이너 직함을 달게 된 나는 그 명칭이 아주 달고, 곱게 느껴지기만 했다. 지금은 꽤나 무겁게 느껴지지만, 생각해보면 언제나 디자인의 갈망이 있었던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 불리게 된 나는 나를 채용한 회사에 감사했고 평소 내가 관심 있는 콘텐츠를 다루는 작업에 대해 운이 좋다고 여겼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UI는 그냥 예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던 나에게는 공부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나는 마크업을, 그리고 자바스크립트를 더 우선하여 공부하고자 했고, 그런 나에게 처음 머리에 심어지기 시작한 것은 웹 표준과 웹 접근성이라는 단어였다.


웹 표준이란 웹 사이트를 만들 때 이용하는 언어에 대한 표준 규격을 말하며,

웹 접근성이란 다른 환경을 지니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웹사이트를 이용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마크업에 국한된 일이 아니며 모든 작업자(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등)가 아름다운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신경을 쓰고 있고,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UX라는 개념이 화두가 되기 시작하며 나 스스로,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우리 팀을 보고 UIUX팀이라 명칭 하게 되었다.


물론 깨달았지만, 쉽지는 않았다. UX 규칙이라는 건 직관성을 높이 사고 있고 UI의 심미성은 가끔 유저의 경험을 흐리게 만들었다.


컬러를 이렇게 쓰면, 예쁘지만 버튼은 유저에게 잘 보이는가. 

해당 글씨 크기는 전체적인 위계에 맞지만, 너무 작지는 않을까.

전체 UI는 뜻과 맥락에 맞게 Chunk로 구분하고 있는가.


3년 8개월, 첫 스타트업을 경험하며 나는 유저의 경험과 예쁜 UI. 마음속에서 수많은 경쟁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렇게 시작된 공부는 나에게 결론에 이르게 만들었다.


나는 디자인을 하고 싶고, 공부를 해야만 하는 환경에 있어야 한다. 


내 주변 사람들은 곧잘 이야기하고는 했다. 두 마리의 토끼 중 한 마리를 잡아 깊이 파야한다고. 패기에 넘치는 나는 두 마리를 다 잡을 거라 호기롭게 이야기했지만, UIUX를 경험하며 해당 UI는 왜 이 위치에, 이런 디자인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이유를 잘 설명하고 싶었던 나는 해당 회사의 끝에 이르러 지고야 말았다. 두 마리의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디자인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직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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