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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님 Apr 22. 2022

10. 나무는 그렇게 자란다.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유칼립투스를 키우고 있다. 작았던 유칼립투스, 걱정했던 그 식물. 지금 다행히도 잘 자라고 있다.


유칼립투스는  살균작용이 있어서 해충 퇴치 효과나 악취 제거 효과도 있고, 호흡기 질환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식물이다. 그리고 생긴 잎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하나씩 자라는 모습이 참 예쁘다.


많은 장점이 있는 식물인데 하나의 단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키우기 힘들다는 .


적당히 통풍이 되어야 하고, 적당한 빛을 줘야 하고, 물은 적당히 잘 줘야 한다. 계속 봐주고, 흙을 만지며 물을 머금은 양이 어떤지, 잎은 어떤지 계속 살펴야 한다.


나의 첫 번째 유칼립투스는 내가 사는 곳이 해가 안 들어오는 곳이라 결국 죽어버렸는데, 현재 키우고 있는 유칼립투스는 빛이 들어오는 부엌 창문에 놓아놨더니 죽진 않았다. 그러나 물 조절이 너무 어려워 처음에는 바싹 말라버린 잎들을 떼주거나 물을 더 주기도 하고, 덜 주기도 하고, 통풍은 잘되고 있는가 하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결과적으로는 지금은 처음에 비하면 나름 잘 자라고 있는데, 그 모습이 볼 때마다 나를 뿌듯하게 만든다.






사람도 그렇다. 잘 살펴보고, 잘 자라고 있는지 관심을 듬뿍 줘야 하고 어떤 식물이나 나무보다도 키우기가 아주 까다롭다. 그 나무는 왠지 나를 뜻하기도 하고 마음에 심어진 하나의 나무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하나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동네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하나의 나무를 키우기 위해, 나라는 나무를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까마득하던 나는 벌써 7년 차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가 되었다. 비록 이 경력을 꽉 채우는 실력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나는 열심히 해왔다. 그 방향이 틀릴지언정 아직 나는 자라고 있다.


면접 단골 질문이 하나 있다.


나도 많이 받았지만, 지원자에게도 항상 묻는 질문 중 하나는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나요?'라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각 지원자는 생각을 못했던 질문이라는 듯 곤란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때는 나도 어려워진다. 이 사람은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무얼 하고 싶은 디자이너인가? 나는 생각보다 그 질문에 많은 무게를 둔다.


UIUX가 디자이너 직종에서 열풍인 만큼 직종 전환을 많이 하는 디자이너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개발자와 친해지기 위해서 HTML과 CSS, javascript를 공부하고 있다고 주로 대답한다.

 

하지만 현업에서 뛰고 있는 내가 생각하는 부분은 놀랍게도 개발자와의 소통을 위해 개발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본분이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디자인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설득해내고야 마는 것. 그리고 그 행동이 유저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것 그것이야 말로 기본 소양이 아닐까?


디자이너가 자라기 위해선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디자이너뿐만이 아니고 모든 직업이 그렇더라. 내가 디자이너다 보니까 내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나는 개발자 베이스기 때문에 개발언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그땐 질문을 하고 메모를 해둔다. 그리고 좋은 마이크로카피를 위해 책을 많이 읽고, 설득을 하기 위함과 유저를 위해 UX 공부를 하며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것뿐만 아니라 진짜로 이 흐름이 유저에게 좋은 흐름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에 주저하지 않으며 그것을 위해 또 공부를 해야 하고,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3D, 메타버스 등 그에 맞는 공부도 하고 싶어 한다.


쓰다 보니 나 잘났다는 듯 이야기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도 너무 부족한 면이 많고 공부를 하고 있다는 뜻이지,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나도 완성될 날이 올까? 나도 나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든다.


나는 앞으로 더 나은 디자이너가, 성장하고 성장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하나의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 울창한 나무가 되는 것처럼 그리고 그 모양이 나이테에 남는 것처럼 그렇게 자라고 싶다.


물만 맞춰 추는데도 시들어버린 식물들에 크나큰 좌절을 했지만 지금의 나는 유칼립투스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식물을 몇 개 더 키우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만큼의 관심을 기울이면 되더라. 물론 지금 이렇게 키워도 시들어버릴 순 있지만 나는 포기하고 싶지가 않다.


나를 들여다보자. 내 현재의 포트폴리오가 너무 멋져서 스스로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생각보다 더 성장하여 빛나는 나를 생각해보면 노력을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나무들은 그렇게 자라고, 사람들은 그렇게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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