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 기록
회의에서 나온 중요한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해서 당황한 적이 있는가?
기획서를 작성하려고 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순간이 있었는가?
신입 시절, 이런 순간들을 수없이 겪었다.
그때마다 ‘더 잘 기억해야지’, ‘집중해서 들어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놓치는 정보가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기획자는 기록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기획자는 끊임없이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며 논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기록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록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다.
그렇다면 기획자는 기록을 어떻게 활용할까? 기획자로서의 기록 습관과 실생활에서 기록을 적용하는 방법을 공유해보려 한다.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문제 정의이다.
머릿속에서만 고민하면 생각이 흐트러지고 같은 고민을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명확한 문제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기록을 통해 문제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직접 글로 정리하면, 생각이 체계적으로 정리되면서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기획서를 작성할 때 '어떤 화면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이전 프로젝트에서 기록했던 회고록, 비슷한 사례의 화면설계서, 회의록, 타 서비스를 분석한 기록 등 지금까지 작성한 기록을 찾아본다.
그 후 현재 프로젝트의 목적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내가 고민하는 지점들을 직접 적어보면서 정리한다.
'이 기능이 꼭 필요한가?', '유저가 사용하기 쉽게 하려면?', '레퍼런스와 비교했을 때 차이점은?'
이처럼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핵심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막막한 순간에도 기록을 활용하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의 고민을 해결할 때도 효과적이다.
기록을 단순히 남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기록을 통해 어떤 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다.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지출 내역을 기록했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에는 단순히 '얼마를 썼는지' 기록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특정 카테고리에 지출이 몰려 있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커피값이 생각보다 많네?',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구나!'와 같은 패턴을 발견하고 나면, 이후에는 예산을 조정하거나 소비 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생한 문제를 기록해 두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
기록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도와주는 도구가 된다.
기획자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사람인만큼, 기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획자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기록은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가 된다.
나는 출근하자마자 회사용 다이어리에 해야 할 업무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한다.
긴급하고 중요한 일: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업무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일정 시간을 확보해서 진행해야 할 업무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가능한 한 위임 또는 협업하여 처리할 수 있는 업무
긴급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 당장 할 필요가 없는 업무
업무를 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각 업무가 얼마나 걸리는지 예측할 수 있어 일정 조정이 쉬워진다.
하지만 신입이나 주니어 기획자들은 이 부분이 어렵다.
처음에는 자신의 업무 하나하나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기록해야 한다. 업무를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고, 측정한 시간을 바탕으로 업무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기록을 활용하면 '지금 당장 집중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해지고, 불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기획자의 기록 습관은 업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실생활에서도 기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1) 업무 회고 기록
프로젝트를 마칠 때마다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기록해 두면, 다음 프로젝트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
2) 일상 속 불편한 경험 기록
일상에서 불편했던 점을 메모해 두면,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로 연결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특정 앱을 사용할 때 불편한 점을 기록해 두었다가 나중에 비슷한 기획을 할 때 참고할 수 있다.
3) 배운 것 기록
업무 관련 지식뿐만 아니라, 강의, 독서 등을 통해 배운 내용도 기록해 둔다. 이렇게 하면 필요할 때 바로 찾아볼 수 있고,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이러한 기록 습관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더 나은 기획자가 되기 위한 성장의 과정이기도 하다.
기획자는 단순히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 실행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기록은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나도 처음에는 단순히 메모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기록이 쌓이면서 더 나은 기획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록을 습관화하면 고민이 정리되고 선택이 쉬워지고 실수가 줄어든다.
지금까지 기록하며 얻은 가장 큰 배움은 ‘기록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자로 일하면서 점점 더 기록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요즘.
꾸준한 기록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인사이트를 쌓아가는 경험을 읽으시는 분들도 해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