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일기 2

2024.12.18 1차발표까지 D-8

by 조제

사람 때문에 열받았다가 사람 때문에 다시 행복해진 하루

—라고 쓰려다가 그게 아닌 것 같아서 인스타 말고 얼굴이 가려진 공간에 떠들기로 했다.



불안감에서 오는 스트레스인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무언가를 먼저 베풀었는데/해주었는데, 상대방이 내가 해준 만큼의 가치에 부합하는 응당의 보답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 그 빼앗긴 듯한 느낌. 나는 무언가 크게 가치있는 걸 선뜻 주었는데, 그 호의를 아무렇지도 않게 꿀꺽? 내가 받아야 할, 내가 누려야 할 보상은 어디에 있지? 누군가를 뒤통수치는 사람이 될지언정 뒤통수맞는 사람은 절대, 그 역할은 절대 되고 싶지 않아. 가 내 속 깊은 곳에 있는 것 같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내가 준 만큼 상대에게 돌려받고 싶은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근데 그 자연스러운 심리이자 대인관계에서의 암묵적인 규칙이자 원리를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전전긍긍하면서. 정말 조바심 내면서. 내 심리적 에너지를 그곳에 쏟아부으면서. 돌려받지 못하면 어쩌지? 내 것만 내어주고 빼앗기는 듯한 기분은 정말 비참해. 정말 큰 손해를 본 느낌이고 이런 기분을 느끼게 만든, 규칙을 어긴 상대방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비난받아 마땅해.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 잘 모르겠어. 거기까지 생각이 뻗치지 않는다. 일단 서로를 잘 모른다.



추한 사람은 삶에서 조그만 것도 포기할 여유가 없는 사람일 것이다. <똑닮은 딸>에서 주인공 학교의 전학생이 전학 온 초반에 아이들의 미움과 비호감을 산 것은 오로지 자기 성적 챙길 줄밖에 몰랐기 때문에. 내 것을 너에게 좀 내어줄게, 내가 좀 손해봐도 괜찮아, 당장의 확실한 보상이 나에게 올 것이라고 전제된 상황이 아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내가 너에게 도움을 줄게… 오로지 나의 편의, 나의 허기, 나의 시간, 나의 일정, 나의 안락함만 추구하는 사람은 정말 못나다. 친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은 저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이 궁금하지 않다는 것.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이 그 사람의 행동과 태도에서 드러난다는 것.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감내하고 인내하는 순간들이 모여 조금씩 만들어주는 인간 내면의 기포같은 빈틈이, 하나도 없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 그런 사람은 틈 없이 꽉찬 자기자신 안에 갇혀있어야 할 운명에 처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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