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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8시 출근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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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수 Jan 31. 2022

개인 취향은 어디까지?

나는 꼰대인가? 3.

"아까 오전에.. 상담실 문 열고 상담할 때 말야..."

"아 네! 안 그래도 첫 상담할 때 팀장님이 오셔서 문을 닫길래 내 목소리가 컸나 싶어 그 뒤로는 문 닫고 했어요. 힛"


말을 어떻게 꺼낼까 하다 이럴 때는 그냥 직설적으로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뭐 그것도 그건데.. 상담할 때 원래 그렇게 의자 위에 양반다리 하고 앉아?"

"습관인 것 같아요. 그게 편해서.."

"참여자가 안 보일 것 같지만 다 알아"

"네. 저도 좀 편하다 싶은 참여자랑 상담할 때만 그렇게 하지 다 그렇게 않진 않아요 팀장니임"


편한 참여자. 바꿔 말하면 만만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자세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녀는 개선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변명을 하고 있다.


무난하게 넘어가서는 안될 문제이다.

사소해 보이더라도 그건 본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 말 없이 수초 간 그녀를 응시했다.

내 시선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편해요?"

"네?"


갑자기 변한 내 말투와 질문에 그녀가 화들짝 놀란다.


"여기가 집이냐고"

"저.. 팀장님이랑 선배들이 다 편하게 해 주셔서.. "

"입사 OT 받을 때 복장이나 상담태도에 대한 규정에 대해 들었던 거 생각나요? 그런 것쯤 신경 안쓰겠다는 자기 신념이예요? "

"아니요... 근데 있는 옷들이 다 이런 옷들밖에 없어서요.. 나름 신경 써서 입은 건데.."


거짓말이고 빠져나가려는 핑계다.

대화가 이어질수록 나의 평정심이 흔들린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일단 넘어간다고 쳐요. 미니스커트를 입을 수도 있지만 그걸 입고 의자 위에 양반다리를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깊이 파인 블라우스를 입더라도 가슴골이 보이고 속옷이 보이면 사람들은 그런 거에 눈이 가기 마련인데 상담직이라는 건 섹스어필하는 일이 아니에요.


물론 샘은 애초에 그렇게 보이고 싶은 의도가 없었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보는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만약 오늘 샘이 여기에 취업 면접을 보러 왔어도 그렇게 입었을까요?"

"..진짜 그런 의도는 없었어요. 그냥 평소에 입던 습관대로 입다 보니.."

"그럼 샘이 그런 부분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이니 내가 그냥 결론을 내 줄게요.

참여자들은 우리에게 정책 지원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고 상담사는 그 사람들에게 정책을 전달하고 취업이 되도록 하는 일이에요.

우리가 참여자들에게 면접 준비를 시킬 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또 산업별 직무별 착장을 구분시켜 주는 이유가 있죠? 우리라고 그런 게 없겠어요?"

"....."

"프로가 되고 싶으면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입어요. 그게 옷을 잘 입는 거예요.

실적만 높인다고 프로가 되는 게 아니라고요.

앞으로 일 하느라 옷매무새 다듬을 정신이 없으면 신경 덜 써도 되는 옷을 입도록 해요."

"네..."

"그리고 편한 참여자라는 건 없어요. 그 사람들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서 오는 고객이에요. 친구가 아니라. 라포 형성을 해서 신뢰를 만들라고 했지 상담사가 혼자 편해서 자기 편한 대로 하랬어요?

겉으로 친숙하게 보이지만 속으로 다 평가를 하고 있어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요. 샘이 그 사람들 입장이라면 어떨지."

"..."

"상담사는 참여자를 리더 해가야 하는 사람이에요. 상담사를 믿고 따르게 할 권위가 있어야 합니다. 권위란 그 사람이 가진 힘이고 신뢰예요. 그 사람의 말, 행동, 영향력 같은 거 말이에요.

권위적이나 위압적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편하되 마냥 편하기만 해서는 안되고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 돼요."


한 바탕 쉴 새 없이 퍼붓는 사이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 테이블만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퇴근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할 말 있으면 해 봐요"

"... 아니 없어요 팀장님. 말씀 새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더 길어지면 효과 없는 잔소리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나가서 정리하고 퇴근 준비해요"

"네.. 저는 조금 더 있다가 가야 될 것 같아요. 정리할 게 좀 많아서요."

"저녁 먹고 해요. 법인 카드 받든 지 자기 돈으로 먹고 나중에 청구하든지"

"네.."


하물며 부모도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자식은 없어도 유독 이쁜 자식은 있는 법인데

직장에서 만나는 부하 직원이야 말해 뭣하랴.

그녀는 내게 아픈 손가락 같은 사람이었다.

유독 이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특별히 미워할 이유는 없었다.

때로는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참, 딱하다'고 생각되기도 했던 그녀.


그녀는 이후로도 계속 내 감정을 측은함과 한숨 사이를 오가게 만들었다.

참 특이한 캐리의 소유자인 그녀.

지나고 보면, 멀리서 보면 사랑스럽지만 가까워지면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존재였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무실 내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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