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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출판사를 알게 된 것 같아요

by 송혜교



첫 미팅에서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출판사의 특이한 점에 대해 알게 됐다.

대표님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워킹맘이라는 것.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않으며 일하고 싶다는 것.

따라서 9시부터 6시까지, 정형화된 스케줄로 일하지 않는다는 것.

일찍 퇴근해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거나

출근할 수 없는 날도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소통 과정에서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일과 가족 사이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회사라는 것.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대박. 개 멋지잖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분들이 모인 곳이라니,

이 출판사가 점점 더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책을 많이 팔 자신 없는 출판사와 작가


첫 미팅 당시, 대표님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솔직히, 많이 팔 자신은 없어요."

그건 이쪽도 마찬가진뎁쇼...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애초에 나는 마이너한 나의 삶이 메이저한 책으로 탄생할 수는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소수자로서 사회에 목소리를 내다보면, 그런 건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된다.


사실, 대표님이 많이 팔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으신 이유는 이랬다.

도서 마케팅은 대부분 돈으로 이뤄진다.

대형 출판사에서는 대형 서점의 매대를 돈 주고 구매할 수 있고

마케팅 비용을 들여서 이벤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작은 출판사라서 그럴 여건이 되지 않고 심지어 아직 마케팅 전담 인력도 없다.


물론 독자의 사랑을 받는다면 공격적인 마케팅 없이도 주목받을 수 있지만,

하루에도 수십 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이 나라에서

마케팅 없이 팔리는 책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터였다.

그 점에서는 나도 걱정이 산더미였다.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난 것 같긴 하지만,

신생출판사와 초보 작가가 만나 탄생한 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솔직히 많이 팔 자신은 없는' 두 주체가 모인 셈인데!

그런데, 대표님이 뒤이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책을 만들 자신은 있어요."


많이 팔릴 수 없는 책이지만, 꼭 세상에 나와야 하는 책이라고.

좋은 책을 알아봐 주는 독자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좋은 책을 만들 자신이 있다'는 그 말 하나로 충분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확신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한 번의 만남만으로 이 출판사에 푹 빠지게 되었다.

계약을 떠나서, 이렇게 멋진 사람을 만나는 건 큰 행운이자 기쁨이니까.

그렇게 '엄청난 출판사를 알게 되는 행운'이 나에게 왔다.

그것도 그 어느 작가보다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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