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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써서 돈 벌 수 있을까?

작가의 마음과 걸음

by 송혜교



책을 쓰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만 원짜리 책 한 권을 팔아도, 작가에게 오는 돈은 천 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출판사에 계약하겠노라고 이야기하자, 메일로 먼저 계약서를 보내주셨다.

출간 계약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나는 계약서를 들고 곧장 친구에게 달려갔다.

분야는 다르지만, 책을 출간해 본 경험이 있는 친구였다.

계약서를 함께 검토하면서 몇 가지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초보 작가의 인세 비율은 5~8%가 보편적이라는 것.

그러니까, 만 원짜리 책을 한 권 판다면 작가는 800원 정도를 받는다.

스타 작가라면 사정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 경력 있는 작가들도 평균 10%를 받는다.

물론 일부 출판사는 초보 작가와도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 준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계약한 출판사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계약서를 읽어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이야, 출판사 잘 만났는데?"

작가를 대우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출판사였고

대표님도 그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계신 듯했다.


나는 출판사에서 마음을 바꾸기 전에 서둘러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내 글이 너무나 거지 같아도... 책을 내주셔야만 한다는 것.









내가 출간 계약을 했다는 사실에 주위에서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오~ 그럼 이제 인세로 먹고사는 거?"

그럼 나는 이렇게 대꾸해 준다.

"오~ 굶어 죽겠는데."


멋진 출판사와 계약한 내 첫 번째 에세이.

내가 이 에세이를 집필하는 데는 총 2년이 걸렸다.

물론 중간에 다른 책을 쓰기도 했고 나는 전업작가도 아니지만,

책을 쓰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만약 내가 일한 시간을 시급으로 환산한다면 최저시급의 반의 반에도 못 미칠 것이다.

나는 선인세를 받고 2년 동안 글을 썼지만,

사실 그 돈은 2일 동안 강의하면 벌 수 있는 금액이었다.


많은 작가가 알고 있다.

이렇게 써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글만 써서 풍족하게 돈 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사람은 계속 쓴다.

이유는 간단하다.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을 쓰는 과정에서 돈을 벌 수 없어도

열심히 다른 일을 병행해 가며,

혹은 벌어둔 돈을 까먹으며 계속 쓰는 것이다.


나는 책을 쓰기 위해 끊임없이 벌어야 했다.

몇 번의 강연을 다니고 전국을 돌며 강의를 뛰었으며

수십 번의 회의를 다녔다.


퇴근 후에는 어김없이 앉아 글을 썼다.

아직 작가는 아니더라도, 쓰는 사람이니까.

글을 쓸 때만 그 정체성이 비로소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작준생(작가준비생) 생활이 시작됐다.




쓰는 사람, 그 정체성에 관한 탐구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이런 거 해보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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