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처음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렸을 때에는 놀라울 정도로 반응이 없었다. 라이킷이 10개 찍히면 다행. 조회수가 100회에 이르면 횡재로 여겼다. 그래도 계속해서 글을 썼다.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고 6개월 동안 40편이 넘는 글을 올렸으니, 못 해도 3일에 한 편은 공개한 셈이다.
아무도 읽지 않는 줄 알았는데, 성실히 쓰다 보니 독자가 아주 조금씩 늘었다. 댓글이 한 개에서 두 개로, 두 개에서 다섯 개로 늘어났다. 그리고 몇 달이 더 흐른 어느 날, 브런치스토리팀에게서 메일이 왔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이후, 메일함을 더 자주 열어보게 되었다. 누군가 브런치스토리 내 '작가에게 제안하기' 기능을 통해 제안을 넣으면, 이는 곧바로 '[브런치스토리]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 되어 내게 도착한다.
이런 제목의 메일이 왔다는 알림이 뜨면, 늘 헐레벌떡 메일함에 들어가 확인하곤 했다. 다정한 팬레터도, 유익한 협업 제안도 있었지만 대부분 실없는 스팸 메일이었다. "브런치까지 와서 스팸 메일을 보낸단 말이야? 부지런하기도 하지"라며 툴툴대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평소와 다름 없던 어느 날, 또다시 같은 제목의 메일이 도착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송혜교 작가님, 안녕하세요.
브런치스토리팀입니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우수한 활동을 보여주시는 작가님께 아래의 내용을 제안드립니다.
...
메일에 담긴 내용은 이랬다. 브런치스토리팀은 그간 작가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고민해 왔으며, 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파일럿 기능을 운영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연재하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내게도 주어졌다. '매일 글쓰기'가 일궈낸 첫 수확이었다. 나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수락했다. 내게 다가온 첫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보잘것없는 작가가 살아남는 법
브런치스토리팀은 작가들에게 어떠한 제약도 걸지 않았다. 주제도, 분량도, 심지어는 연재할 시리즈의 개수도. 그저 작가들이 기획안을 잘 제출할 수 있도록 안내할 뿐이었다.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기회였지만, 다르게 해석해 보자면 모든 게 철저히 작가의 역량에 달려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기획을 시작하기에 앞서, 함께 참여하게 될 작가님들을 둘러보았다. 남몰래 흠모하고 있던 베스트셀러 작가님부터, 이미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작가님들까지. 브런치스토리 내 인기 작가님들은 죄다 모인 것 같았다.
그에 반해 나는 '쩌리' 그 자체였다! 구독자가 많은 것도, 인지도가 높은 것도 아니고, 개중에 나이도 가장 어려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팬이 많은 작가님들은 신작 연재 소식만으로도 독자가 모이겠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엄청난 작가님들 사이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멋진 작품들 사이에 끼어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지는 않을까?
강점을 아는 글쟁이
그렇게 잔뜩 쪼그라든 마음을 가진 채 브런치에 제출할 기획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보잘것없는 작가로서 이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작가로서 나의 강점은 무엇일까? 어떤 글을 어떻게 연재할지 결정하기에 앞서,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쭉 써보기로 했다.
나는 지금껏 비영리활동을 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해 왔다. 그 콘텐츠로 돈을 번 것도, 엄청난 주목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걸 '꾸준히' 해왔다는 거였다. 그러니 어떤 글을 쓸지 기획하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다. 이게 내 강점이니, 이를 활용해야만 했다.
매일 글을 쓰던 습관이 힘이 되어준 걸까? 쓰고 싶은 글이 끝도 없이 퐁퐁 샘솟았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투덜대던 시절이 이제는 아득한 전생 같았다. 총 일곱 작품의 기획안이 나왔다. 이 모든 시리즈를 다 연재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기획안을 고치고 또 고쳤다.
며칠간 기획안과 씨름한 끝에 연재하기로 결심한 시리즈는 총 5개. 매주 5회 각기 다른 시리즈 5편을 연재하기로 한 것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 중 최다'라는 기록을 세웠다. "송혜교 작가님, 제가 잘못 본 것 아니죠? 정말 주 5회 연재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다른 작가님들의 응원과 걱정(?)을 받으며, 주 5회 연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다섯 개의 시리즈를 연재하기로 한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첫째로, '내가 어떤 글을 잘 쓸 수 있는 작가인지' 궁금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칼럼과 에세이, 전문가와 초보의 입장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써보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각 시리즈의 주제는 교육, 운동, 여행, 취업, 운전으로 다양했는데, 이 중에서 무엇을 쓸 때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지 알아내보기로 했다.
둘째로, 이렇게 다양한 글 가운데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글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무엇이든 쓸 수 있다고 해서, 아무거나 쓰는 작가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 다섯 가지의 시리즈 중에서 분명 대중의 외면을 받는 것도 있을 테고, 그 냉담한 반응마저 내게는 귀중한 자산이 되어줄 터였다.
그래서 연재 시스템이 시작되기 전, 두어 달 동안 정말 살벌하게 글을 써댔다. 세이브 원고를 많이 쌓아두고, 퀄리티 좋은 글을 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재하기를 통해 내 첫 글이 공개되었다. 글이 공개된 다음날,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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