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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Mar 22. 2024

딱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더니 생긴 일

내 인생을 바꾼 6개월


지난 이야기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브런치스토리팀이었다. '연재하기' 기능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파일럿 기간을 가질 예정이며, 내게도 참여 자격이 주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에 인기 작가님들은 죄다 모인 것 같았다. 남몰래 흠모하고 있던 베스트셀러 작가님부터, 이미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작가님들까지. 경험도 인기도 부족한 나는 그 사이에서 나만의 강점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매주 5회, 각기 다른 시리즈 5편을 연재하기로 했다. 긴 기다림 끝에 연재하기를 통해 내 첫 글이 공개된 다음날,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딱 한 편의 글로 출간 계약을 하다


출간·기고 목적으로 000님이 제안을 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등록하신 이메일을 확인해 주세요!


2023년 8월 10일, 브런치북 <운동이 제일 싫었어요>의 첫 편을 올린 바로 다음날이었다. 알림이 울리고 처음 메일을 읽던 순간의 짜릿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오직 한 편의 글만으로 받게 된 출간 제안. 부지런히 연재하다 보면 언젠간 출간의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겠다고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너무나 빠르게 찾아온 행운에 어안이 벙벙했다. 목요일에 제안을 받고, 바로 다음 주 월요일에 출판사와 미팅을 가졌다. 주말 내내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월요일이 되어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 이 기회는 딱 한 편의 글에서 찾아온 게 아니었다. 시리즈의 첫 글에서 가능성을 본 편집장님은, 하루 만에 내가 그간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모든 글을 읽어보셨다고 했다. 그간 브런치스토리에 쌓아둔 50여 편의 원고가 출판사에 나를 소개해 준 셈이다. 나의 성실함과 문체, 고민의 흔적이 글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마치 원래 그렇게 정해져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계약이 착착 진행되었다. 매일 글을 쓴 지 딱 6개월 만에 생긴 일이었다.




'필력'이란 무엇인가


차기작을 계약하게 된 것도 내 인생에 중대한 사건이었지만, 사실 '6개월 매일 글쓰기'가 내게 준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마치 내리막길을 달리는 자전거에 오르기라도 한 듯 글 쓰는 데 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는 실로 어마어마해서, 예전 같으면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을 글을 3시간 만에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기묘한 현상의 비밀이 무엇일까 홀로 고민하다가, 무릎을 탁 치며 깨달았다. 필력! 드디어 필력이라는 게 생겼구나! 필력이란 내게 참 익숙하면서도 추상적인 단어였다. 이름만 보아하면 근력이나 체력처럼 늘려갈 수 있는 존재 같은데 늘릴 방법도 알 수 없고, 늘고 있긴 한 건지 그 정도를 알 길도 없기 때문에.


그러나 정말 '필력이 느는' 순간이 오자, 그 힘을 아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단어를 찾는 속도가 빨라졌고, 키보드 앞에서 주저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처절하게 쓰던 시간이 모여 내 등을 밀어주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 질주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료를 넣어야 했다. 그래서 계속해서 책을 읽고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


'6개월 매일 글쓰기'가 준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전투적으로 글을 쓴 지 고작 반년이 흐른 것뿐인데, 나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6개월 전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는 그리 큰 차이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겨우 책 한 권을 낸 작가에 불과하고, 글을 써서 먹고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나 자신을 작가라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출간 이력이 아니라, 내 글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한 거였다는 걸. 나 자신을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나니 비로소 그 모든 의문이 해소되었다. 누군가 나를 보며 "유명한 책도 못 낸 게 무슨 작가야"라고 비웃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빼앗아갈 수는 없다. 이후로는 앞길이 구만리처럼 느껴질 때마다 혼자 이 사실을 되뇌었다.


"나는 쓰는 사람이야.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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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으로 출간 제안을 받았던 <운동이 제일 싫었어요> 시리즈의 첫 글이 궁금하시다면?

https://brunch.co.kr/@hyegyo/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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