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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Mar 05. 2024

'글 써서 먹고살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취미 말고 직업은 안 될까요?


글쓰기는 나의 오랜 꿈이자 숙제였다. 비록 아직은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작가로 살아가겠다고 수없이 다짐했었다. 하지만 사실은, 마음 저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채 나를 괴롭히던 질문이 있었다. 정말 글 써서 먹고살 수 있을까? 정말로?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내 열정에는 유통기한이 있다는 걸. 끝없이 피어오를 것만 같던 '쓰고 싶은 마음'도, 텅 빈 통장 잔고나 빼곡한 스케줄을 마주하다 보면 조금씩 닳아버릴 거라는 걸. 그러니 언젠가는 글쓰기를 삶에서 영영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만일 그런 날이 오더라도, "이제 그만 쓰고, 남이 쓴 글 읽을래!" 같은 말을 하며 미련 없이 떠나보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써야 했다. 펜을 쥐지 않으면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써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글 써서 먹고살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작가'라는 이름


지난 2022년 8월, 내 첫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초보 작가의 첫 책이 으레 그렇듯 대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내게 '작가의 삶'이라는 달콤함을 맛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3쇄를 찍었고,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한국관 전시도서로 선정되어 나 대신 바다를 건넜다. 형편이 나아질 정도의 인세를 벌어들이지 못했다거나, 그리 엄청난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 같은 아무래도 좋았다. 좋은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니까. 그것만으로도 황홀했다.


'좋은' 책을 쓰고 나면 어디 가서든 당당하게 작가라고 말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집필 중일 때는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날 것만 같다는 착각에 사로잡혔으나, 막상 고지에 오르고 보니 눈앞에 놓인 산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책 한 권 정도 낸 사람은 꽤 많으니까. 책으로 먹고살 만큼 돈을 번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작가라고 말하는 게 가끔은 부끄러웠다. 내가 좋은 작품을 꾸준히 것도 아닌데, 책을 써서 꾸준히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허울 좋은 말을 가져다 붙이고 있는 걸까, 그런 마음이 들어서.





글 써서 먹고살 수 있을까?


글 쓰는 건 참 즐겁고 생산적인 일이었다. 이보다 좋은 취미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나는 이제 다른 걸 원했다. 글쓰기를 취미 아닌 업으로 삼고 싶었다. 정말로, 글 써서 먹고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글 써서 먹고살기'라는 주제를 검색해 보면, 파이프라인을 여럿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즉, 글을 싣고 돈을 받을 수 있는 여러 통로를 만들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언들은 잠시 외면하기로 했다. 나는 '글로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내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내 글을 돈과 맞바꿀 수 있는 창구를 찾아내기보다는, 내 글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얻어내는 게 중요했다.


당장 남들보다 잘 쓸 자신은 없었지만, 될 때까지 할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생길 때까지 쓰면 그만 아닌가. 꾸준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정말 두려운 것은 영영 기회가 오지 않는 게 아니었다. 기회가 왔을 때 내 부족한 실력이 드러나는 일이었다. 그러니 '당당하게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매일 글을 써야 했다.





아무도 읽지 않는 줄 알았어


그래서 2023년, 새해 목표의 한 귀퉁이를 글쓰기에 내어주기로 했다. 첫 단계는 바로 브런치스토리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처음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렸을 때에는 놀라울 정도로 반응이 없었다. 글을 연재한다기보다는 브런치의 서버를 빌려 온라인 일기를 쓰는 것에 가까웠다. 혼자 쓰고 혼자 읽었으니까.


라이킷이 10개 찍히면 다행. 조회수가 100회에 이르면 횡재로 여겼다. 처음으로 라이킷 10개를 받았던 날에는 '그래도 10명은 내 글을 자세히 읽었다는 뜻 아니겠냐'라면서 기뻐했었는데, 그건 헛된 희망이었다. 글을 읽지 않고 라이킷만 누르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된 건 훨씬 나중의 일이었다.


그래도 계속해서 글을 썼다.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고 6개월 동안 40편이 넘는 글을 올렸으니, 못 해도 3일에 한 편은 공개한 셈이다. 개중에 영영 빛을 보지 못하고 작가의 서랍 안에 숨어버린 글이 많다는 걸 감안해 보면, 정말이지 매일 글을 썼다는 말이 정확하다.


아무도 읽지 않는 줄 알았는데, 성실히 쓰다 보니 독자가 아주 조금씩 늘었다. 댓글이 개에서 두 개로, 개에서 다섯 개로 늘어났다. 시간이 더 흐르자, 운이 좋게도 다음 메인 화면에 글이 걸리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조회수가 늘어났고, 라이킷이 늘었고, 브런치스토리 메인 화면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읽는 사람이 늘어나면 쓰는 사람은 신나는 법이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쓴 덕분에, 어느새 요즘 뜨는 브런치북 1위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달이 더 흐른 어느 날, 브런치스토리팀에게서 메일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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