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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Jul 05. 2024

900만 원을 받고, 공짜로 미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8000명의 지원자 사이에서 '경기 청년 사다리' 오르기!


지난 이야기

미국의 대학교에서 한 달간 어학연수할 사람 모집.
항공료, 연수비, 숙박비, 식비를 지원함.
경기도에 살고 있는 청년이라면, 자격불문, 조건불문 지원 가능.

이토록 파격적인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총 5,000자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했다. 글 쓰는 걸 업으로 삼은 나에게는 더 이상 유리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나는 초안도 없이 무작정 5,000자의 글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기소개서만으로 사람을 뽑는 거라면, 떨어질 자신이 없었다. 꿈에서나 그리던 미국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의 '공짜로 미국 가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서류 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귀하께서는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서류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서류 합격 소식을 듣게 된 건 4월 중순쯤의 일이었다. 늦은 시간에 불쑥 도착한 문자에 깜짝 놀랐다. 글 쓰는 게 일인데 설마 서류 전형에서 떨어지겠냐며 배짱을 부린 건 사실이지만, 실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남몰래했다. 자신감보다 간절함이 컸던 탓일까? 합격 문자를 받으니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게는 기쁨을 만끽할 시간이 없었다. 당시 한창 <침대 딛고 다이빙>의 초고를 마무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류에 합격했다는 뿌듯함을 5분 정도 누린 후 다시 정신없이 집필에 몰두해야 했다. 10만 자의 에세이를 쓰고 또 고치는 게 내 일과였다.


중간중간 강연도 잡혀있던 탓에, 서류전형 다음 절차였던 온라인 인성검사도 지방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겨우 치렀다. 이렇게 바빠서야 면접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까 싶었다. 예상 질문을 뽑아보기는커녕, 잠이나 제때 잘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합격을 향한 마지막 관문


면접일은 빠르게 다가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며칠 내내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하기에 급급해 면접을 준비할 시간 따위 전혀 없었다. 지방 강연을 마치고 밤늦은 시간 올라와 다음 날 새벽같이 용인에 있는 면접장으로 향했다. 면접을 2시간 앞두고서야 이런 고민을 시작했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지? 공교롭게도 내 면접 일정은 첫날, 첫 순서였다. 모든 지원자 중 가장 먼저 면접을 보게 된 것이다!


막상 마주한 면접은 떨리거나 어렵다기보다는 당황스러웠다. 면접일을 불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다급하게 일정이 공지될 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장 약 1분 전 갑작스럽게 "면접이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된다"라는 소식을 통보받았을 때부터는 정말로 머릿속이 의문으로 가득 찼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궁금증이 긴장을 덜어주었다.


서류와 면접을 아예 별개의 영역으로 두고 각각 점수를 매기는 듯했는데, 이 때문인지 면접관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배경지식이 전혀 없으니 면접관이 지원자의 답변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첫 순서라서 면접관도 긴장한 것인지 똑같은 질문을 두 번 반복하기도 했다. 합격을 향해 가는 길은 꽤 험난했다.




8000명의 지원자 사이에서 살아남기


최종 결과를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합격자 발표 후 공지된 사항에 따르면,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에 몰린 지원자는 약 8000명이었다. 8000명에 달하는 경기도 청년들이 해외연수의 꿈을 안고 지원서를 넣은 것이다. 평균 경쟁률은 30대 1. 나는 그 무시무시한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을 거머쥐었다.



합격자에게 공지된 사항에 따르면, 참여하는 청년 한 명당 지원되는 예산은 약 900만 원이라고 했다. 미국까지 향하는 항공료, 한 달 동안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연수비, 기숙사에 머무는 데 드는 숙박비, 하루 두 끼의 식비.


합격 문자를 받고 나니, 정말 어마어마한 기회를 잡았다는 게 실감 났다. 그렇게 나는 꿈꾸던 미국으로 향하게 됐다. 무려 900만 원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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