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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Jul 10. 2024

무료 어학연수?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미국에 가려다 과제 지옥에 빠져버렸다


지난 이야기

미국의 대학교에서 한 달간 무료로 어학연수할 사람 모집.
항공료, 연수비, 숙박비, 식비를 지원함.

5,000자의 자기소개서, 인성검사, 면접이라는 관문을 거쳐 나는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의 최종 합격자가 되었다. 총 지원자 약 8000명. 평균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서.

그렇게 '공짜로 미국 가기 프로젝트'의 막이 올랐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미국에서 동안 살게 되다니, 그것도 무료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되다니! 지금껏 혼자 집에서 영어를 독학해 온 나에게는 정말 황금 같은 기회였다. 현지에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그러나 왜 잊고 있었을까,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인 만큼, 당연하게도 가장 중요한 일은 매일 영어 강의를 듣고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의 전부는 아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막중한 임무가 나를 반겨주었다.


우리가 한 달 동안 추가로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로, 본인의 진로와 연관된 개인 프로젝트와 팀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어학 수업과는 별개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의무가 있다. 둘째로,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상세히 기록해 이미지와 영상, 세부 개요를 포함한 보고서를 매주 두 건 제출해야 한다. 셋째로, 연수 기간 동안 개인 프로젝트, 팀 프로젝트를 총망라하는 영상을 두 편 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수 중의 일상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상시 촬영해야 한다.




어려워도 할래요, 하고 싶으니까


정리해 보니, 한 달 동안 2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총 8개의 프로젝트 보고서를 작성하고 최소 2개 이상의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는 기나긴 할 일 목록이 완성되었다! 큰 금액을 지원받게 된 만큼 어깨가 무거울 거라는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 모든 걸 어학연수와 병행해야 한다니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무거운 과제들도 글쓰기를 향한 나의 열정까지 누르지는 못했다. 개인 프로젝트를 선정하라는 말에 나는 곧바로 에세이 집필을 떠올렸다. 미국 한 달 살기를 꿈꾸고, 기회를 붙잡고, 끝내 꿈을 이루는 과정 그 자체가 하나의 프로젝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알고 있었다. '에세이 시리즈 연재'를 개인 프로젝트로 삼는 건 절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걸. 한 편의 에세이를 올리기 위해서는 기획과 작성, 퇴고를 모두 거쳐야 한다. 주 2회 글을 연재하기 위해서는 일주일 내내 글에 매여 살아야 할 것이다. 다른 친구들의 개인 프로젝트와 비교하면 품이 많이 드는 계획이었다. 빡빡한 일정에 치여 "왜 이렇게 버거운 계획을 세웠을까!"라며 과거의 나 자신을 탓하게 될 게 뻔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글을 쓰는 기쁨


그래도 나는 쓰고 싶었다. '삶을 기록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나 자신에게 약속했으니까. 지난가을 파리에서 매일 글을 쓴 것도 같은 이유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느라 여행에 쏟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돌아보니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머나먼 타국에서 아름다운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글을 쓰는 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행복한 일이었다. 지구 반대편에서의 일상을 기록하는 게 내게는 또 다른 여행이 되었다. 여행자를 넘어 한 명의 작가로 파리에 머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나의 일터가 되어주었던 파리의 도서관



글을 쓰는 목적이 오직 '프로젝트 보고서 제출' 하나뿐이라면 굳이 한국에서 미리 연재를 시작할 이유도, 주 2회나 글을 올릴 필요도, 공들여 기획하고 퇴고할 필요도 없었다. 딱 보고서를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글을 올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쉬운 길을 알면서도, 길을 걷고 싶지 않았다. '글을 대충 쓰고 치워버리는' 건 정말 싫었다. 그건 예의가 아니니까. 독자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나는 끝내 결심했다. 매일 어학 수업과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주 2회 글을 업로드하는 무시무시한 계획에 과감하게 뛰어들기로. 나의 '공짜로 미국 가기 프로젝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독자들에게 가감 없이 공유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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