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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Jul 03. 2024

공짜로 '미국 한 달 살기'할 사람을 구한다고요?

꿈을 이룰 절호의 찬스를 발견했다


지난 이야기

나는 글을 써서 번 작고 소박한 수입을 고이고이 모아, 이 별을 돌아보는 일에 몽땅 쏟는 사람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14개국을 여행했다. 여행자는 내게 작가만큼이나 중요한 정체성이다.

나의 가장 오랜 꿈은 미국에 가는 거였다. 물론 이러한 염원이 무색하게도 미국은커녕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뎌본 적도 없다. 내게는 그럴 돈이 없다. 그렇게 나는 미국 한 달 살기의 꿈을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돌아보지 않았다. '공짜로 미국 한 달 살기'할 사람을 모집합니다!'라는 글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어학연수가 공짜라고요?


'공짜로 미국 한 달 살기'할 사람을 뽑고 있다는 소식을 마주한 건 정말 우연이었다. SNS 알고리즘이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청년 270명을 선발해 미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중국 등 5개국에 어학연수를 보내는 정책이 있다는 홍보글을 띄워준 것이다.


'해외대학 연수를 위한 항공료, 연수비, 숙박비, 식비를 지원함'이라는 문구를 보니 심장이 뛰었다. 그간의 정책 수립 경험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항공료, 어학연수비, 숙박비만 하더라도 인당 지원 금액이 700만 원을 훌쩍 넘을 것이다. 지자체에서 이런 규모의 정책을 추진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언제 이런 기회가 또다시 올지 모른다.


비록 일부 식비는 개인별로 부담해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긴 했지만, 이만하면 해볼 만한 도전 아닌가. 식비가 부족하면 기꺼이 굶을 각오가 되어있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미국, 내가 그토록 염원하던 미국이니까! 한가로이 스케줄을 체크해 볼 때가 아니었다. 당장 지원서를 써야만 했다.




지구를 탐방할 청년을 찾습니다


이 엄청난 지원사업의 이름은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경기도에 살고 있는 19세~39세 청년이 그 대상이다.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어학 성적이 필요하지 않다는 거였다. 연수 국가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얼마나 잘하는지는 평가 기준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토익도 오픽도 따놓지 않은 나에게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또 한 가지 특이사항은, 더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참가자 선발에 우대 사항을 적용한다는 거였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은 물론이고, 자립준비청년과 장애청년, 초대졸 이하 학력의 청년, 해외 경험이 없는 청년까지 그 대상이 꽤 다양했다. 비록 나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정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내용이 퍽 반가웠다. 마치 자격불문, 조건불문 지구를 탐방할 청년을 구한다는 말처럼 들렸다.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연수 대학 중 미국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총 네 곳이었다. 미시간 대학교, 버팔로 대학교, 워싱턴 대학교, 샌디에이고 대학교. 이 중에서 내가 원하는 조건을 골라야 했다. 연수 기간이 3주인 워싱턴 대학교는 과감하게 제외했다. 왕복에만 30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먼 곳으로 떠나는 만큼, 가능한 오랜 시간 머물다 돌아오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특성을 살폈다. 가장 눈에 띈 건 뉴욕주에 위치한 버팔로대학교였다. 학교와 나이아가라 폭포가 불과 차로 20분 거리라는 점이 특히 마음에 쏙 들었고, 뉴욕시티와 가깝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었다. 뉴욕에 가는 건 내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니까.




자기소개서가 제일 쉬웠어요


학교를 정했으니 이제는 지원서를 작성할 차례였다.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의 첫 관문은 자기소개서였다. 각 1,000자 제한, 다섯 개의 문항. 5,000자라니, 무지막지한 분량이었다. 자기소개서의 세부 문항은 다음과 같았다.


1. 너는 어떤 사람이니? 너를 표현해 봐.

2.「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니?

3. 해외연수기간 중 관심분야 탐색 계획을 알려줘.

4.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니?

5. (비우대 대상이라면) 사회적 계층 이동의 기회가 나에게 필요한 이유를 알려줘.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청년들을 배려한 문항으로 보였다. 반가운 소식은, 오직 자기소개서만으로 서류 전형 합격자를 가린다는 거였다. 글 쓰는 걸 업으로 삼은 나로서는 더 이상 유리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초안도 없이 무작정 5,000자의 글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기소개서만으로 사람을 뽑는 거라면, 떨어질 자신이 없었다. 꿈에나 그리던 미국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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