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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Jul 12. 2024

미국에서의 첫날 밤, 이보다 끔찍할 순 없다!

뉴욕주립대학교 기숙사에서 살아남기


지난 이야기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에 합격했다는 기쁨도 잠시, 본격적인 미션이 시작됐다. 한 달 동안 매일 어학수업을 듣고, 2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총 8개의 프로젝트 보고서를 작성하고 최소 2개 이상의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는 기나긴 할 일 목록이 완성되었다.

프로젝트 주제를 정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곧바로 이런 생각을 했다. 미국 한 달 살기를 꿈꾸고, 기회를 붙잡고, 끝내 꿈을 이루는 과정 그 자체가 하나의 프로젝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결심했다. 매일 어학 수업과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주 2회 글을 업로드하는 무시무시한 계획에 과감하게 뛰어들기로. 나의 '공짜로 미국 가기 프로젝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독자들에게 가감 없이 공유하기 위해서!



정신 차려, 미국 가야지!     


시간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다. 출국 전 마지막 한 달 사이에 두 번의 합숙 교육, 여섯 건의 사전 기획안 제출, 프로젝트 발표회가 모두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출국을 보름가량 앞두고 <침대 딛고 다이빙>이 출간되었는데, 책 홍보와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활동, 출국 준비를 병행하려니 정신이 쏙 빠졌다.


스파르타식 일정에 입술이 다 터졌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기뻤다. 그렇게나 꿈꾸던 미국에 가게 되다니! 새로운 나라에서 새롭게 생활하게 되는 것이니만큼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였다. 두려움 반, 기대감 반으로 한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저주받은 일요일     


인천공항에서 버팔로대학교까지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13시간에 걸쳐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으로 이동하고, 디트로이트에서 5시간을 대기한 뒤 다시 한 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버팔로 공항에 내렸다. 이후에는 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이동했다. 장장 24시간에 달하는 긴 여정이었다.


우리는 미국 땅에 제대로 발을 딛기도 전에 장애물을 마주했다. 미국의 입국심사는 혹독하기로 유명한데,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운영 측에서 이에 대한 대비를 하나도 해두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출국 전에 ‘입국심사 시 제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에 온 것이라는 사실을 인증할 서류를 제공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때문에 입국 심사관들이 우리의 말을 믿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제대로 된 서류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말이 되냐는 거였다. 결국 몇 명의 멤버들이 붙잡혀 한참을 취조당하다 겨우 풀려났다.


버팔로공항에 내려서도 수난은 계속되었다. 한 친구의 29인치 캐리어가 고스란히 증발해 버린 것이다! 한참을 찾아 헤매다 결국 포기하고 우선 학교로 이동했다. 다음으로는 학교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캠퍼스로 이동했는데, 버스 기사가 우리를 어디에 내려줘야 하는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학교에 도착하면 우리를 맞이해 줄 시스템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운영 측에서 학교에 미리 연락을 취해놓지 않은 탓에 산더미 같은 짐을 붙들고 건물 밖에 서서 한 시간 가까이 대기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묵을 기숙사는 다른 건물이었다. 우리는 한 달 치의 짐을 이고 진 채로, 겨우겨우 기숙사로 이동했다.     


뉴욕주와 한국의 시차는 13시간이다. 일요일 아침에 한국에서 출발했는데, 24시간이 흘러 기숙사에 도착한 뒤에도 여전히 일요일 저녁 8시였다. 한 친구가 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일요일이 안 끝나. 오늘 하루 마가 꼈나?”

    




자, 이제 알아서 살아남으세요     


기숙사에 들어선 후에는 더 경악스러운 일들이 벌어졌다. 우리가 묵을 곳은 공사 중인 건물이었다. 인부들이 방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옷조차 편하게 갈아입을 수 없었다. 천장에는 조명이 달려 있지 않아 어두운 스탠드 하나에 의지해 생활해야 했다.



당연하게도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는데, 회전 기능조차 없는 선풍기가 3인실에 딱 하나 주어졌다. 그마저도 먼지가 잔뜩 끼어있어 도저히 쓸 수 없었다. 호흡기를 파고드는 더운 공기에 목이 바짝바짝 말랐다. 물이라도 마시고 싶어 음수대에 가보니 고장 나 있었다. 다른 층의 음수대를 이용한 한 친구는 속이 뒤집어져 전부 토해냈다.


주방과 욕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항상 줄을 서야 했다. 제대로 된 이불도 제공되지 않아서, 얇은 이불 커버를 덮고 잠을 청했다. 이렇게 열악한 시설에 덩그러니 남겨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사다리에 오르려다 굴러 떨어져 버린 격이었다!


시차 적응조차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7월의 무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물도 마음껏 마시지 못하며 미국에서의 첫날 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6시, 방 바로 앞에서 벽을 부수는 공사 소리에 절로 눈을 떴다. 머리가 핑 돌아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었다.


이쯤 되니 ‘공짜로 미국 가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끝없이 밀려드는 현기증에, 불덩이 같은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 정말 한 달 동안 이곳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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