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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Jul 17. 2024

한 달만 공짜로 '뉴욕주립대학교'에 다녀보겠습니다

일사병과 현기증을 이겨내고서!

     

지난 이야기

‘공짜로 미국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에 기쁨에 젖은 것도 잠시,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희망이 산산조각 났다. 우리는 폭염이 들이닥친 미국 동부에, 그것도 먼지 쌓인 선풍기와 고장 난 음수대가 있는 뉴욕주립대학교 기숙사에 덩그러니 떨어졌다.

시차 적응조차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7월의 무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물도 마음껏 마시지 못하며 미국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공사 중인 건물에 묵게 되어 잠조차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미국 한 달 살기,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버티니까 청춘이다     


미국에서의 첫 일주일은 극기 훈련 그 자체였다. 푹푹 찌는 날씨 탓에 첫날부터 일사병에 걸렸다. 햇빛을 피해 실내로 향해도 소용없었다. 이미 방안이 뜨겁게 달궈져 있으니까! 공사 소음이 심각해 제대로 잠을 청할 수 없었던 것도 몸 상태가 나빠지는 데 한몫했다. 피로로 목이 다 쉬어버리거나 코피를 흘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한마디로, 모두가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그래도 나는 흔들리는 경기청년 사다리를 꼭 붙잡고 어떻게든 버티기로 했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 놓이리라는 건 꿈에도 몰랐지만, 이미 이곳에 떨어진 이상 이겨내야만 했다. 꿈에 그리던 ‘공짜로 미국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망쳐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24시간 현기증에 시달렸고 열이 오를 대로 올라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한국이었다면 곧바로 병원에 찾아가 해열제를 받거나 수액을 맞았겠지만, 여기는 미국이었다. 양호실 하나 없는 뉴욕주립대학교에 떨어진 이상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겨야 했다.


현기증이 극심할 때는 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걸었고, 너무 피곤해 정신을 차리기 힘들 때는 식사를 거르고 잠시라도 눈을 붙였다. 버티니까 청춘이야, 버티다 보면 모든 게 지나갈 거야. 그렇게 끊임없이 읊조렸다. 말도 안 되는 문장이라는 건 알지만, 적어도 마음을 다잡는 데는 도움이 됐다.




토종 한국 영어로 미국에서 살아남기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오전 10시까지 강의실에 모여야 한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주된 목적은 어학연수로, 강의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을 경우 지원 금액을 전부 환수한다는 무시무시한 조건이 달려있다. 글로소득자인 나로서는 900만 원을 뱉어낼 방도가 없다. 그러니 아무리 힘들어도 강의에 빠짐없이 출석할 수밖에!


이쯤에서 내 영어 공부 이력을 소개한다. 나는 학교도, 학원도 다니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단어를 외우거나 문법을 공부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다. 그 흔한 단어장 하나 없는 학생이 바로 나였다. 덕분에 스무 살이 될 때까지 white의 스펠링조차 자신 있게 적지 못했다.


이십 대 초반 무렵, 불현듯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영어 공부를 취미로 삼고 매일 백 개씩 영단어를 외웠다. 나의 영어 실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100% 토종 한국 독학 영어’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이렇게 혼자 영어를 공부해 온 나에게 ‘미국 한 달 살기’는 화려한 이벤트나 다름없었다. 뉴욕주립대학교에서 한 달간 공짜로 어학연수를 하게 되다니,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찾아오겠는가.




모닝 베이컨에 해시브라운도 괜찮아     


버팔로대학교에 도착한 직후 나는 한 가지 즐거움을 찾아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미국인들의 일상을 엿보는 일이다. 나는 매일 강의를 들으러 가기 전 교내식당에 들러 아침을 먹곤 하는데, 메뉴는 주로 베이컨, 버터가 가득 들어있는 빵, 해시브라운 등이다. 처음에는 그 어디에서도 채소를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며칠 지나지 않아 ‘눈뜨자마자 밀가루와 기름을 섭취하는 일’에 금방 익숙해졌다. 모닝 베이컨도 모닝 해시브라운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역시 모든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은 참이었다.


나의 '공짜로 살기 프로젝트'는 수많은 장애물에 굴하지 않고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본격적으로 이 낯선 나라에 첨벙 뛰어들어 미국살이를 즐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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