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히 가라앉는 마음
저녁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던 시절이 있었다. 으리으리한 회사 건물 앞에 서면, 애사심 대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만 차올랐다. 좋은 회사에 내 자리가 있기를 그토록 염원해 왔는데, 막상 원하던 걸 얻고 나니 불행이 나를 덮쳤다. 이름 뒤에 놓인 그 몇 글자가 당장이라도 달려와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리라 생각했지만, 해가 갈수록 괴로움도 나이를 먹고 제 몸집을 불렸다. 회사에 가서 주어진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당연한 일을 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퇴근길에도 마음이 들뜨지 않았다. 하루의 끝은 뻔했다. 현관에 들어서면, 어두운 집안을 둘러보며 가방을 툭 떨어뜨린다. 한숨을 내쉰다. 이를 닦고, 머리를 감고, 빨래를 돌리고 나면 또다시 내일이 올 것이다.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잖아. 그냥 조금만 참고 다녀봐. 사람들도 나쁘지 않다며. 정 붙이려고 노력해 봐. 거기가 어디 보통 회사야?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비빌 언덕도 없는 주제에, 가진 거라고는 번듯한 소속 하나뿐인데. 유일한 몫을 악착같이 지켜야 하는 게 당연하다. 나는 쏟아지는 옳은 말에 둘러싸여 나의 미련함을 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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