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히 가라앉는 마음
모든 게 거짓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지금까지의 모든 일은 꿈속의 이야기에 불과하고, 나는 파리의 낯선 아파트가 아닌 내 집 소파에 누워 있는 것. 머리 위로는 언제부터 달려있었을지 모를 낡은 실링팬이 돌아가고, 스며드는 바람에 면 커튼이 나부끼는 좁은 거실에 가만히 있는 것.
슬리퍼를 툭툭 벗어 던지고 냉장고 문을 벌컥 여는 너의 소리에 낮잠에서 깨어나는 것. 칸칸이 들어있는 반찬통을 괜히 들쑤시다가 떡볶이 해 주면 안 될까, 하고 본심을 꺼내는 너를 보는 것. 어묵 한 봉지 사 오라며 전자레인지 옆에 걸어둔 장바구니를 손에 들려 보내는 것. 떡을 불리고 파를 썰다가, 슬리퍼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는 듯한 소리에 네가 왔다는 걸 알아채는 것.
문밖으로 나간 네가 다시 돌아오는 것.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파리의 카페에서 일할 때의 일이야.
하늘에 흰 구름이 많은 오후였던 걸 기억해.
활짝 열린 창문 밖으로, 한 사람이 두리번거리는 게 보였어.
이상하리만치 조심스럽게 카페로 들어와서, 카운터 앞 빈자리에 앉았지.
조금은 서툰 프랑스어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는데, 내가 영어로 답하니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어.
그 사람은 포르투갈에서 온 이민자였어.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이제 이 동네에 막 정착한 거야.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실 카페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니, 완벽한 외지인이지.
나에게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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