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 어떤 작별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고

사뿐히 가라앉는 마음

by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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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이었나.

2년 조금 넘게 만났던 애인이 있었는데.

여러모로 상황이 좀 안 좋았지.

나는 갓 입사해서 정신이 없었고, 그 애는 바쁘디바쁜 졸업반이었거든.

언니도 그동안 들어서 알지? 우리 회사가 얼마나 사람을 갈아 넣는지.


나도 그 애도, 그 어느 쪽에도 너그러움이란 게 피어나질 않으니 싸움 나기 딱 좋은 상황이었어.

말투는 퍼석해지고, 가끔은 서로를 향한 눈빛에 날이 섰지.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 애가 좋았어.

차분한 목소리도, 단정한 옷차림도.


우리 앞에 놓인 모든 게 엉망진창인 것만은 아니었어.

사실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는 말이 더 정확했지.

구직은 힘겨웠지만 나는 결국 괜찮은 일자리를 얻었고, 그 애도 몇 곳에서 서류 전형 합격 소식을 들었거든.

앞으로 더 나아질 일만 있으리라 생각했어.

밝은 미래가 코앞이라고.






어느 날 야근을 마치고 그 애를 만나러 뛰어갔는데, 나를 맞이한 건 붉은 눈시울이었어.

늦어서 미안하다고, 많이 기다렸냐고 물었는데 대답 대신 눈물만 뚝뚝 흘렸어.

눈망울에 얼마나 오래 맺혀있었던지, 진주알처럼 굵은 눈물이 굴러다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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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고 말하고 교육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열다섯에 중학교를 자퇴했고, 스물다섯에 작가가 되었습니다. 브런치에 에세이를, 한겨레에 칼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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