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히 가라앉는 마음
학부의 첫 겨울 방학을 앞두고 친구들이 잔뜩 들뜬 표정으로 말했지.
새해가 오면 파리로 떠나자고.
영 내키지 않는다는 나를 설득하려고 온갖 달콤한 말을 속삭였어.
생트샤펠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찬란한 햇살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에펠탑보다 천 배, 아니 만 배는 멋지다고.
기억나? 그날은 언니가 나에게 처음으로 화를 냈던 날이기도 해.
다 함께 파리에 가겠다는 친구들의 계획에서 나 혼자 쏙 빠져나왔을 때.
언니는 바보 같은 소리 말라고, 기회가 있을 때 당장 다녀오라고 큰소리를 냈지.
“돈이 없어서 그래? 그냥 이번에 다녀와.”
그때는 언니가 왜 그렇게까지 짜증을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
뭐, 여행 안 간다고 죽기라도 해?
내 수중에 여행 갈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어.
고작 일주일짜리 여행에 몇백만 원을 훌쩍 써버리고 싶지 않을 뿐이지.
이게 다 코피 흘리며 공부하고, 시간 쪼개 과외해 가며 모은 돈인데.
다녀오면 몇 주를, 어쩌면 한 학기 내내 빠듯하게 지내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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