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황홀한 경로 이탈
긴 여행을 떠나는 길에는 면세점에 들러 향수 한 병을 산다. 가장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감각은 후각이라는 말을 주워들은 후로는 항상.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향수를 뿌리고, 내내 향기를 간직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그 향기를 맡으면, 낯선 도시에서의 나날이 눈앞에 펼쳐진다. 신기한 일이다.
여행지에서 맛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발견하면 명함 한 장을 집어 온다. 구겨지지 않게 지갑에 고이 간직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책장 위 작은 상자에 넣는다. 추억이 깃든 훌륭한 책갈피다.
어떤 도시에서든 가능하다면 꼭 서점에 들러 책을 산다. 서호주의 작은 헌책방에서 단종된 동화책을 구했을 때의 기쁨이, 포르투의 렐루서점에서 포트투갈판 해리포터를 집어들 때의 들뜸이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다.
여느 여행자처럼 근사한 풍경을 보면 카메라를 든다. 사진으로 남기면 이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풍경 앞에 설 때면 카메라로 시야를 가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어떤 풍경은 기록하지 않아도 사진처럼 꺼내볼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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