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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조각을 두고 왔으니 영영 돌려받을 길이 없다

이토록 황홀한 경로 이탈

by 송혜교


[내지] 듣는 도시.gif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그 후 어디에 있든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당신의 곁에 머물 것이다.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책을 살 돈이 없어 센강변의 작은 서점에서 빌려 읽고, 식사할 돈이 없어 뤽상부르 공원을 하염없이 돌던 젊은 작가. 그는 훗날 파리를 떠나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거장이 되었지만, 숨을 거두기 전까지 파리에서 보낸 날들을 그리워했다. 헤밍웨이에게 파리는 사랑이고 청춘이며 날마다 이어지는 축제였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황제도 찬사를 보냈다. 1540년, 파리에 도착한 카를 5세는 “파리는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우주다.”라는 말을 남겼다. 온 세상을 가진 군주의 눈에도 파리는 찬란했던 모양이다.


이 도시에 어떤 마법이라도 걸려있는 것일까? 파리는 어떻게 이렇게나 오래,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는 도시가 되었을까. 어쩌면 낭만이나 석양 같은 단어가 피어날 때, 파리도 그와 함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닐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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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고 말하고 교육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열다섯에 중학교를 자퇴했고, 스물다섯에 작가가 되었습니다. 브런치에 에세이를, 한겨레에 칼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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