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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진 Jan 21. 2022

3-10.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

마음에 진실한 소망을 품으면, 온 우주가 응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래전부터 나와 함께 하던 가족들, 친구들은 우주가 준 선물이다. 마음을 열고 그들을 보면, 그 안에서 우주가 전하는 메시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은 언제나 곁에서 나를 사랑해왔다. 그들은 언제나 나를 응원해 왔으며, 때론 화를 내기도 했고, 때론 실망하기도 했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해야 한다. 자신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만큼,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어 그들로부터 전달된다.




모처럼 여고 시절 친구들을 만났다. 코로나로 인해 만남을 밀어오다가 모임의 맏이 같은 친구가 내 생일을 핑계로 카톡 방의 정적을 깨고 나섰다. 마침, 농협에서 20여 년 동안 근무해오던 친구가 지점장으로 발령이 났다는 소식까지 더 해 졌다. 친구들은 얼굴 본 지 1년이나 지났다며, 약속 장소 물색에 나섰다. 카톡 방의 분위기는 모처럼 휴가를 맞은 것처럼 근사한 카페나 레스토랑의 링크 등이 오고 갔다.

      

솔직히 친구의 농협 지점장 승진 소식이 온전히 기쁘지만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친구와 나를 비교하며 나를 비하하고 자책했을 텐데 그러지도 않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독 일이 풀리지 않을 땐 친구들과 만남이 꺼려져서 의도적으로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기도 했다.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지점장으로 승진한 친구, 몇백억 대 규모의 자산가인 시댁을 둔 친구, 좋은 남편을 둔 전업주부,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명품을 걸치고 외제 차를 타는 친구, 그래서 이 친구들을 만날 때면 평소보다 더 옷차림에 신경이 쓰였다. 신경을 쓰고 나가서도 막상 친구들을 만나면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였다. 친구들이 자랑을 늘어놓거나 남을 무시하거나 하는 인격을 가진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것은 순전히 나의‘열등감’ 때문이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외곽에 있는 근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평소에 SNS를 통해 ‘언젠가 가보기로 한’ 그곳에서 만난다는 사실에 살짝 들떠 있었다. SNS 틀 통해 본 레스토랑은 출입구를 제외한 건물의 반 정도가 담쟁이넝쿨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동화 속, 숲 속 마을 난쟁이의 집 같았다.


이제 막 봄이 피어나는 계절이어서 SNS에서 본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한겨울 눈과 바람을 맞은 담쟁이넝쿨이 계절을 기다린 듯 본래의 빛깔을 찾기 위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찰칵찰칵 몇 차례 셔터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내부엔 파스텔 톤의 벽지와 책장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형형색색의 인테리어용 책들과 아기자기한 소품이 놓여있었다. 벽면엔 커다란 창문이 큼지막하게 드문드문 나 있었는데, 밤색 체크무늬 커튼이 정갈하게 걸려 있었다. 클래식한 가구들과 소파, 테이블, 노란 빛깔의 조명이 파스텔 톤의 벽지와 잘 어우러져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초저녁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공간을 몇 차례 스마트폰에 담고는 자리에 앉았다.

      

우리를 이곳으로 소집한 맏언니 같은 친구가, 프리지어 꽃다발을 한 아름 준비해서 모두에게 하나씩 안겨 주었다. 오랜만에 이런 곳에서 친구들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승진 정말 축하해, 정말 멋지다! 지점장 되더니 분위기가 다르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구먼!”


그동안과는 사뭇 달라 보이는 스타일에 내가 웃으며 말을 건넸고, 다들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 지점장이 된 친구는 단아한 분위기의 자수가 놓인 화이트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반짝이는 포인트 단추가 달린 검은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그동안 밀린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었다. 친구의 승진 얘기, 다른 친구의 보톡스 주기 얘기, 사춘기 아이들 얘기, 드라마 얘기, 여고 시절 얘기, 이야깃거리는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혜진아, 너 책 쓰기로 했다며? 대단하다, 근데 갑자기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한 거야?”     


“그냥 갑자기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읽게 되면서 무조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는 왜 자꾸 뭔가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하하,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데…”


나는 부끄럽다는 듯이 말꼬리를 흐렸다. 제 작년 카페를 개업할 때도 화분을 들고 왔었다.     


“야! 짱 혜진, 너한테 진짜 잘 어울려. 너 고등학교 때 글 진짜 잘 썼잖아. 너랑 딱이다 딱.”     


“맞아, 짱 혜진이 글 하나는 잘 썼지!”     


“혜진아, 너 진짜 대단한 것 같아. 네가 책을 낸다고 글을 쓴다고 하기에, 나는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랬어.”     


“야, 애 키우는 게 젤 힘들지~ 그게 어떻게 아무것도 아니냐. 네가 젤 많이 하는 것이거든!

애 잘 키우는 게 진짜 자아실현이라고~ ”     


식사를 마칠 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문득, 책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모두가 응원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그동안은 왜 한 번도 그것을 느끼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놀랍도록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너랑 잘 어울려!!”     


나는 그동안 누군가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거나 기뻐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받을 줄도 몰랐다.  더는 아니었다.  그 순간, 모두가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격려했고, 나 역시 우직하게 살아 온 친구의 승진이 너무도 기뻤다.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흘러나왔다. 내가 나 스스로를 응원해야만  타인의 응원도 받을 수 있고, 타인의 성공을 기뻐하는 만큼, 나에게도 그것을 허용할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하나도 빠짐없이.                          




    

장미와 라일락을 비교할 수 없듯이, 타인과 나는 비교될 수 없다. 타인과 비교할 수 없는 내 삶의 가치, 나 자신의 고유함을 회복하고, 사회와 타인으로부터 부여받은 여러 가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자신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자유를 누리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삶은 더없이 자연스러워진다.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넓고 커다란 유리 문밖으로 숲이 우거져 있었고, 반짝이는 꼬마전구들이 숲을 더욱 빛내주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왜 그런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모르지만, 친구들에게 스무 살 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나만의 비밀(지금은 비밀이 아니지만)을 꺼내어, 그것이 내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얘기하고 있었다.   

  

“그때 이후로 스스로 더럽혀졌다는 생각에, 나를 함부로 대하고 살았던 것 같아. 그래서 사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 엄마와의 관계도 그렇고, 누구보다 오랜 세월을 지켜봐 온 너희들이니 잘 알 거로 생각해. 우리 엄마도 하늘이가 태어나고 많이 변했지. 그래서 그 이야기를 글로 쓰려고 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고는, 괜찮다고 입을 모았다. 한 친구가 물었다.     


“혜진아, 지금은 하늘이가 어려서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엄마에게 그런 과거가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다 알게 될 텐데… 커가면서 상처받지 않을까??”     


예상했던 질문이긴 했지만, 견해의 차이로 오해가 생길까 싶어 가볍게 대답했다.


“하하, 다른 사람들이 다 알 정도면, 유명해진다는 건데, 하하, 그렇게 되기야 하겠어?”  

   

“그건 모르는 거지, 유명해질 수도 있잖아.”     


“하하하, 벌써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ㅎㅎ”     


곁에서 또 다른 친구가 어느 부분은 공감한다는 의미로 말을 이었다.     


“얘는, 걱정이 돼서 그런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나도 처음엔 고민했어, 충분히 생각해보고 결정한 거야, 아직 정확하게 어떻게 쓸 것이다.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야… 얘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책 안 읽어봤냐? 독서 안 해? 책이 한 권에, 한 200페이지 정도 되는데, 고작 2~3페이지의 이야기가 실린다고 해서, 그 2~3페이지의 내용만 기억하겠어? 그 2~3페이지를 가지고 누가 떠들어 댄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거지, 그건 전체적인 책의 흐름에 꼭 필요한 일부일 뿐이야.”     


그렇게 말하고 있는 나는 담담했다. 예전 같았으면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친구들을 설득하기 위해 안달이 났을 것이다. 마치 그에 대한 선택권이 다른 사람들에게 있다는 듯이… 마음에 잠깐 여운이 남았다가 잠잠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아쉬운 수다를 마감하고, 주차장을 나와 집으로 향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내가 좋았다. 그러고 보니 내 옷차림은 청바지에 스프라이트 티셔츠를 걸치고,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걸쳐 입은 옷만큼 제법 자연스러웠다. 운전하며, 잠시 차량 내부의 오디오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차 안의 공기, 10년도 더 되었지만, 아직 쓸 만한 내 차를 느꼈다.  

   

“ 아직 탈 만해 ”     


레스토랑의 주차장에서 친구들이 거대한 중형 SUV나 중형 승용차를 탈 때, '작은 차 큰 기쁨, 내 차 스파크'에 오를 때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였다.     




나는 자연의 가장 위대한 기적이다.
태곳적부터 나와 같은 마음, 가슴, 눈, 귀, 손, 머리카락,
입을 가진 사람은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와 똑같이 걷고, 말하고, 움직이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전에도 없었으며,
지금도 없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내 붓의 획을 모방하지 못하며,
어느 누구도 내 끌을 새김을 똑같이 흉내 낼 수 없다.
어느 누구라도 내 글씨체와 같지 않으며,
어느 누구라도 내 아이를 만들 수 없다.’         
‘나는 자연의 가장 위대한 기적이다.
나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쓸데없는 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상인의 비밀》오그 만디노                         









그리고, 벌써 1년이나 흘렀네요.

1년전 갑자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전까지  제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문득, 정말 문득, 아주 갑자기 별안간 뭔가에 홀린 것처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책을 내고 싶어 졌고,

조언해주실 분도 찾아뵙고 원고를 완성하고,

두 차례 투고를 했지만

제가 원했던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어요.


너무도 자전적인 느낌의 개인적인 이야기라

부쩍 어려워진 출판시장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판단했습니다.

폭넓게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엔

여러가지면에서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에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그 시간들이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저의 상처를 똑바로 보게 되면서

또 한 번 치유를 경험했고,

제 삶을 움직이고 있던 에너지체를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너무도 감사하게도

다음 메인에 두 번이나 오르면서,

많은 분들이 제 이야기를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셨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브런치 북을 완독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느껴보는 감동이었고,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결코 알 수 없는 생소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안에서는 충분히 많은 것들이 채워졌고,

동력을 얻었습니다.


저로썬 충분히 가치 있고, 괜찮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찐팬이라며 글이 올라올 때마다 피드백과 오타 수정해주신, 석연 씨 너무 감사해요*^^*))


작가라는 이름이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그 이름이 어울리도록 진실하게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yejin314



이미지출처:Isandréa Carla 님의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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