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불편하게 하는 대상과도 조화를 이루며 사는 능력
낯선 우주라는 신비한 무대를 배경으로 김초엽 작가는 상상 속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관찰자 시점으로 만들어낸다. 결함 있는 복제 인간, 시지각 이상증을 겪는 이, 로봇 장기를 이식받아 신체와 정신의 부조화로 고통스러운 트랜스휴먼, 태어날 때부터 정신병과 짧은 수명이 예정된 사람들, 모두가 접근 가능한 공간에 접속할 수 없는 사람, 발성기관이 퇴화한 이 등 작품 안에서 결함 있는 존재이자 상상 속 인물들이 겪는 고군분투는 사실 현실 속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기에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 작품이 따뜻한 이유는 사회적 약자를 결코 약하고 무너질 존재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방금 떠나온 세계》의 소외되고 배제된 인물들은 모두 적극적으로 사회의 모순에 맞서며, 사회에 대한 의문을 그치지 않은 채로 지금의 세계를 떠나 더 위대한 세계로 나아간다. 그렇기에 그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작가가 그리는 세계는 결코 차갑지 않다. 그들을 향한 외부인의 사랑과 이해와 위로가 아닌, 주인공 자체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포용을 아는 사람들의 사랑의 힘, 이해의 힘과, 위로의 힘을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는 독서모임에서 김초엽 작가가 쓴 소설 중 세 권을 함께 읽어왔는데 이 소설들을 읽으며 김초엽 작가가 현대 사회에서 '포용'을 가장 제대로 묘사할 수 있는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 사람들이 집단 지성으로 그려낸 모범 답안을 따르게 하려고 애쓰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이 힘든 일에 불편해하거나 낙담하기보다 감정적으로 고요하게 '밈'이라고 불리는 집단 지성의 경직성을 깨는 것을 보여주며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믿던 세계관을 부수고 확장해 버린다. 그녀의 관찰을 좇아가다 보면 우리의 시야는 어느새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것에 흥미를 잃고 주인공과 함께 문제에 관해 무엇을 할지 찾아보는 적극성을 갖게 된다. 자연스럽게 모두가 더 나을 방향을 찾으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세계에 참여하게 된다.
“이곳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들이 이곳을 덜 미워하게 하지는 않아. 그건 그냥 동시에 존재하는 거야. 다른 모든 것처럼.”이라는 작품 속 대사에서 보듯이 포용을 제대로 하게 되면 왜곡이나 잘못된 해석 없이 우리는 전체를 볼 수 있게 된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대상과도 조화를 이루며 사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남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의 행복의 근원임을 알게 된다. 그렇기에 갈등과 대립에 의해 편을 가르고 완고해지지 않는다. 거부하지 않고 포함하는 것이 더 성숙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사랑과 이해로 서로 다른 세계가 맞닿을 수 있게 된다. 이때에야 비로소 서로의 우주가 만나게 된다. 더 큰 우주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