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습니까?
우리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진행할 때 항상 제일 먼저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책 너머에 있는 작가의 프로필을 검색해 보거나 인터뷰를 읽는 것만으로도 책이 주는 의미가 더 깊어진다. 이 과정이 번거롭다면 적어도 책날개에 있는 작가 이력과 작가의 말이라도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생을 포기하려 한 적까지 있었던 이 책의 저자 매트 헤이그는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서 우울의 터널을 빠져나왔고 그 치열함은 이 작품 속 주인공 노라에게 고스란히 묻어난다. 만일 누가 내게 정보가 넘치는 이 시대에 어떤 책이 가장 귀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나는 작가가 진솔하게 쓴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작가가 삶의 의미를 잃고 우울했던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심 없이 쓴 진실한 책이다. 스스로 깊은 상처를 입은 적 있기에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에게 공감과 치유를 줄 수 있는 책이다.
주인공 노라는 어머니의 죽음, 파혼, 해고, 반려동물의 죽음 등 악재가 잇달아 일어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초록색 책들로 가득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와 있다. 이곳에 있는 책들은 노라가 살았을지도 모르는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뮤지션, 수영선수, 과학자 등 노라는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삶을 살아보지만, 결국 완전한 만족에 이르지 못한 채 자꾸만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소설의 말미에서 원하던 모든 것이 이루어졌음에도 공허를 느끼던 노라는 결국 혼돈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저자는 우리가 과거 후회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간다면, 과연 후회하지 않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묻는다. 결국 후회만 하는 사람은 어떤 삶을 택해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진실을, 그리고 우리가 현재의 삶을 사랑해야만 하는 이유를, 작가는 조심스럽게 전해준다. 흥미롭게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습니까?'라는 발제문에 우리 중 아무도 과거로 가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우스갯소리로 "두툼한 책을 읽어낸 것이 아까워서 안 돌아가겠다!"며 농담하듯 말하기도 했지만 독서모임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우리의 마음이 많이 단단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누구든 삶의 의미는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을, 존재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마음 깊숙이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진보한다.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무엇을 하든 생의 순간이 이미 찬란한 것을 느끼기에 나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게도 마음이 활짝 열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누구에게도 비교를 느끼지 않으며 자신의 내적인 문제를 직면하고 잘 해결해 가기에 배움의 속도도 빠르다.
모진 가난과 고문으로 정신질환까지 얻고 남들이 보기엔 괴로운 삶을 살았던 천상병 시인이 쓴 '귀천'의 마지막 연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처럼 우리는 어쩌면 푸른 행성 지구로 잠시 소풍을 온 것일지도 모른다. '살아야만 배울 수 있다.'는 책 속의 구절처럼 아무리 인생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도 이 글을 읽는 존재가 오래오래 건강히 살아서 이 소풍 안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가면 좋겠다. 또 주변에 누군가 생이 희미해지는 존재가 있다면 그 불빛이 꺼지지 않도록 서로 돕는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