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이방인; 절망보다 어두운 굴욕의 늪(#굴욕 #절망)

우리는 뫼르소에게 물었다

by 혜인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이상할 정도로 주위에 무관심하다. 어머니의 장례식 날짜를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태연하다. 뫼르소는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도 햇빛이 강렬해서 죽였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내놓는다. 결국 그는 세상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어 사형을 당한다.

우리는 뫼르소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당신은 기어이 어두운 늪을 선택하고 가라앉았습니까?"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까뮈는 뫼르소를 통해 어두운 마음을 간결하고 강력하게 묘사하는 데 성공했다. 어쩌면 유년 시절 그가 겪은 궁핍한 삶이 부조리 철학과 버무려져서 뫼르소를 탄생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 중 누군가는 뫼르소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고 누군가는 그가 부담스럽다고 했으며 어떤 이는 뫼르소에게 연민을 느꼈다.

우리는 주인공에게 부담을 느낀 회원의 이야기를 토대로 뫼르소가 아마도 어머니의 장례식을 계기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짐처럼(혹은 짐보다 못한 것처럼) 느낀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았다. 뫼르소는 본래 성격이 냉담하여 울지 않은 것이 아니라 눈물조차 메마른 채 희망이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미 뫼르소 본인도 무력함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마음속에 죄책감을 억압하고 꾸역꾸역 살던 중이었는데 자신을 향한 주변의 비난까지 더해지니 격분하여 살인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결국 뫼르소는 작품의 끝까지 주변으로부터 하찮은 사람으로 여겨지며 수치스럽게 죽는다.

우리는 뫼르소의 마음에 다가간 후 잠시 침묵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지만 울음조차 사치였던 뫼르소의 경우에는 누군가의 강력한 도움 없이는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뫼르소에게 쏟아진 주변의 따가운 눈총은 그를 늪의 중앙으로 더 밀어 넣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사실 우리는 자신이 종이에 살짝 베인 상처도 쉽게 무시하지 못하면서 부정감정에 짙게 휩싸인 타인에게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쉽게 내리곤 한다. 어쩌면 우리는 부정감정에 빠진 인물이 자신의 자원을 소진하게 할까 봐서 두려운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는 안다. 뫼르소에게 왜 늪을 선택했냐고 물을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그를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없어서, 도움을 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미안하다고 전해야 한다는 것을. 만일 또 다른 뫼르소를 만난다면 그를 절망에서 굴욕으로 떠미는 것이 아니라 구명조끼를 입혀서 희망으로 어떻게든 올라오도록 돕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