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_바깥은 여름; 상실이 드리운 마음속 겨울(#슬픔)

걱정을 가장한 흥미가 되지 않도록

by 혜인

독서모임을 진행할 때마다 감사를 느끼게 하는 작가들이 있다. 김애란 작가가 그중 하나다. 소재가 이야깃거리로 소비되는 것을 막겠다는 그녀의 다짐과 의지는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문장에 담겨 작품 속에 굳건히 자리 잡는다.『바깥은 여름』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에는 바깥의 계절과는 무관하게 상실감으로 인하여 마음속이 차디찬 겨울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일곱 편 실려있다. 그 중에서도 처음 실린 작품「입동」은 우리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작품에는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가 등장한다. 부부는 아이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 이 작품이 제목처럼 더 추웠던 이유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다가도, 그 고통이 감당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을 때는 고개 돌려 외면해버리는 주변인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방인의 뫼르소에겐 꿈이었을지도 모를 터질듯한 슬픔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가장 큰 아픔이자 고통이다. 특히 누군가 일정 기간 이상 슬픔과 상실에 남아 있으면 그는 어느새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얼어붙은 내면 안에 갇히고 만다. 상실에 갇힌 그는 모든 곳에서 슬픔을 보고 비애를 습관이자 삶의 양식으로 삼는다. 비애가 뫼르소의 무감정보다는 더 에너지 있는 상태라 하더라도 이 상태에 오래 머무르는 것도 심각한 우울증이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슬픔을 겪는 타인에게 '내가 이만큼 울어줬으니 너는 이제 그만 울라.'할 자격이 없다. 걱정을 가장한 흥미만큼 상실한 이를 절망하게 하는 것도 없다.

우리는 앞으로 상실로 인해 차디찬 겨울에 갇힌 사람들을 향하여 살며시 손을 내밀기로 뜻을 모았다. 중요한 것은 '살며시'다. 강요하지 않고, 억지로 다그치지 않고, 무엇보다 지치지 않고 그들의 곁에 있어주기로 했다. 무언가를 잃은 뒤 어찌할 바 모른 채,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어디로 갈 수 있느냐고 묻는 인물들의 막막한 상황들을 끌어안으며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당신은 이제 봄 꽃을 볼 자격이 충분하다고 전해주기로 했다. 그들이 슬픔에서 빠져나와서 두려움을 직면하고 안간힘을 쓰게끔 돕기로 했다. 또 언젠가 우리가 상실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우리가 상실한 것은 전부가 아닌 일부임을 알고 두려움을 벗어나려는 안간힘을 건강하게 쓸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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